[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뉴타운 출구전략의 '암초'로 지목돼 온 매몰비용 청산을 위한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지만 책임 공방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이 중단돼도 회수할 수 없는 돈인 '매몰비용'에 대해 정부, 지자체, 주민의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조합 회계의 불투명성과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와 건설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달 임시국회 중 통과를 노려볼만 하다는 입장이지만 건설사,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 간 의견차가 커 사회적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뉴타운 매몰비용을 정부·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는 쪽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다. 사업성을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허가를 내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문병호 의원은 지난해 9월 매몰비용을 지자체와 국가가 공동 부담하도록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으나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추진위나 조합의 설립인가 취소 시 지자체가 일부 비용을 보조하고, 그 중 60% 이상을 정부가 지원 하도록 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지난 3일에는 같은 당 김상희 의원이 지자체 직권해제로 취소되는 추진위와 조합이 사용한 비용 일부를 지자체가 지원 하도록 하는 도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자체가 직권해제한 구역으로 한정하긴 했지만 사업비 규모가 큰 조합도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 취지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뉴타운 사업 해제가 내년 1월까지 일몰제로 시행되고 매몰비도 내년 8월까지만 지원할 수 있는 만큼 현 시점이 문제 해결을 위한 결정적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달 임시국회 중 통과돼야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만들어 시간 내에 뉴타운 청산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지자체 중 서울시와 경기도는 추진위 단계에서 사업이 취소되는 구역에 대해 매몰비용의 최대 70%까지 지원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사업비 규모가 큰 조합 매몰비용은 제외했다. 또한 일정한 검증을 거쳐 법정비용만 지원토록 해 실제 지원되는 금액은 크게 줄 수 있다.

 

문제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여건과 반대 여론이다. 뉴타운 현장에서는 지자체의 매몰비 지원 규모가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비판한다.

 

서울시는 올해 매몰비 지원 예산을 39억원으로 책정했다. 추진위가 구성된 193개 구역 중 10곳이 올해 해제될 것으로 보고 구역당 매몰비용을 3억8000만원 정도로 추산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성동구 성수 뉴타운 조합 관계자는 "조합과 추진위가 구성된 구역의 매몰비용을 합하면 61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데 39억원으로 몇 곳이나 지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매몰비용을 지자체 세금으로 충당하는 데 대한 불만 여론도 만만치 않다. 공익성이 부족한 사업임에도 사업 실패에 따른 비용을 지자체가 지원하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지난 7일 매몰비용 대부분을 건설사가 부담하도록 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건설사가 조합에 빌려준 사업자금의 채권을 포기하면 회계상 손실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법인세가 낮아져 악성 채권의 약 22%를 회수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재산 가압류, 법정 소송 등에 시달려 온 조합은 대여금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뉴타운 사업을 청산할 수 있게 된다.

 

이 법안에 대해 지자체와 국토교통부는 긍정적인 입장인 반면 기획재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합동 보도자료에서 "뉴타운·재개발사업 등 출구전략의 맹점으로 지적돼 온 조합사용비용에 대해 법인세 감면을 통해 시공사도 공동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에 공동 건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세수 부족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4.1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취득세·양도세 감면으로 세입이 부족한데 뉴타운 매몰비용까지 세수감면으로 지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설사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건설사들의 참여 여부는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관계자는 "내년 1월까지 한시 적용하는 것인데다 지자체와 국토교통부가 긍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입법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수 가능성이 낮은 악성채권의 22%를 회수할 수 있고 사회적 갈등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이 참여할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업비용의 80%를 포기하겠다고 나서는 건설사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 되고 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가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포기하면 일부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인데 건설사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두 연구위원은 "뉴타운 매몰비용의 정확한 규모와 지출 근거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형평성 논란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도 커질 것"이라며 "조합 스스로 수익에 대한 기대와 리스크를 함께 안고 가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채무 상환을 위한 금융 지원안 등을 마련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