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에 선긋는 공정위..원칙일까 후퇴일까

일감 몰아주기 규제 완화..경제민주화 확대해석 경계

입력 : 2013-06-11 오후 5:53:22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6월 국회 개원을 전후로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이슈가 또한번 출렁이고 있다.
 
지난 4월 국회 기간엔 재계와 보수진영 중심으로 '기업 죽이기'란 프레임이 가동됐고 이번엔 그에 더해 경제민주화의 적용범위를 구획짓는 문제가 추가되는 양상이다.
 
논란의 핵심은 경제민주화 대상을 기업간 불공정거래에 국한할지, 아니면 노동과 주거 등으로 확장할지 여부로 모아진다.
 
전자를 지지하는 쪽에선 '무분별한 규제입법이 논란'이라고 지적하지만 참여연대를 위시한 시민사회에선 노동기본권 확대와 금융민주화, 세입자 보호 법안까지 6월국회에서 당장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눈에 띄는 사실은 경제민주화 범위를 둘러싼 논쟁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의 당연한 소관업무로 해석하는 시각과 함께 공정위 향후 정책을 주목하는 시선도 늘어가고 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달 SNS를 통해 "경제민주화 개념을 확장해서 해석하는 경향"에 우려를 표시하는 등 포문을 연 바 있다.
 
정년 60세 연장, 대체휴일제, 재벌총수 연봉공개, 포괄적 상속증여세 등은 "공정거래법상의 경제민주화와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라고 법 해석에 충실한 목소리를 낸 것이지만, 이 주장을 반박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의 주장을 재반박하는 등 확고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노 위원장은 지난 7일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초청강연에서도 "현 단계에서는 불공정 행태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혀 경제민주화를 확대해석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동시에 '경제민주화는 "부당한 거래활동을 통해 정당하지 못한 이익이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위원장의 행보는 공정위의 정책에도 반영되는 양상이다.
 
노 위원장은 당시 강연에서 "대기업집단의 정상적 내부거래는 막을 이유가 없다"며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총수일가에 대한 지원, 사업기회 유용 등 "대표적 특혜성 거래 3가지만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와 내부거래'로 한정한 '공정거래법 개정 보완방안'을 마련해 국회 보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피규제대상인 전경련에서 규제대상 커버리지가 불분명하다, 과도한 규제다 라고 말하고 있어서 규제범위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형제그룹간 '간접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책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른바 경제민주화 흐름과는 역행하는 처사다.
 
경제민주화 개념은 논란이 상존하는 게 사실이지만 경제민주화의 선봉장에 서야 할 공정위가 스스로 선긋기에 나선 것에 대해선 우려하는 시각이 없지 않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은 "경제민주화 개념엔 경제적 약자의 지위를 개선하는 모든 것이 포함될 수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에서, 혹은 노동자와 사용자간 관계 등에서 갑을문제는 계속 있어왔고 경제적 약자가 부당하게 침해받는 부분이 있다면 이를 시정하고 경제적 약자에 협상력을 줘서 대등한 위치에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원장은 또 "경제민주화는 역사성과 사회성을 담고 있는 개념이자 당면한 현실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지금 국민 상식 차원에선 경제민주화를 단순히 불공정거래를 바로잡는 것으로만 볼 순 없고 그 범위를 넘어가는 게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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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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