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커머스3주년)④그루폰 “티몬·위메프 비켜..우리가 왔다”

입력 : 2013-06-13 오후 4:00:00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그루폰은 한국시장 진출을 꽤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오픈은 2011년 3월에서야 느지막이 했는데 여러 가지 속사정이 복잡하게 얽혀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단히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뒷이야기도 많습니다.
 
글로벌 인터넷기업이 대규모로 직접 진출한, 흔치 않은 사례이며 외국 벤처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0년은 그루폰에게 그야말로 ‘최고의 해’였습니다. 1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업모델은 그리 거창하거나 독창적인 게 아니었습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존재했던 ‘공동구매’와 매우 유사한 모델이었습니다. 하지만 불황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이용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2010년 1월부터 2011년 1월 사이 미국시장에서의 월매출을 살펴보면 1100만 달러에서 8900만 달러로 8배로 뛰어 올랐습니다. 여기에 이른바 ‘SoLoMo(소셜·로컬·모바일)’라 불리는 신기술과의 연계 가능성 덕분에 기업가치 또한 나날이 뛰었습니다.
 
실제 그루폰은 여기저기서 러브콜도 많이 받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10월 야후가 30억 달러에, 그 다음달 구글이 58억 달러에 인수를 제안한 일입니다.
 
하지만 경영진은 회사가 더 클 수 있다는 희망에 이들 제안을 모두 거절합니다. 대신 세계 각지 유사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을 인수해 몸집을 불린 다음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급성장하고 있던 한국시장을 눈여겨봅니다.
 
흥미롭게도 그루폰의 한국시장 진출을 주도했던 것은 ‘로켓인터넷’이라는 존재였습니다. 로켓인터넷은 알렉산더, 마크, 올리버 삼형제가 운영하는 독일 벤처 인큐베이팅 업체로서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라는 모토를 갖고 있습니다.
 
◇ '복사의 제왕'이라 불리는 로켓인터넷 (사진제공=로켓인터넷)
 
즉 선진국 최신 인터넷 서비스를 빠르게 베껴 유럽이나 개발도상국에 내놓고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왔다 싶으면 원조기업 혹은 시장 투자자에 매각해 이익을 얻는 식입니다. 벤처기업이 당장 해외사업을 벌일 수 없다는 약점을 꿰뚫어 본 것입니다.
 
로켓인터넷이 그루폰과 인연을 맺은 것도 ‘시티딜’이라는 유사서비스를 유럽에 내놓아 성공시키고, 1억2600만 달러에 매각하면서 부터입니다. 로켓인터넷은 매각대금 대부분을 주식으로 받음으로써 자연스레 그루폰의 주요 주주가 되고, 지금까지 경험을 인정받아 해외사업 경영권도 획득하게 됩니다.
 
올리버 회장은 한국사업을 이끌 적임자로 ‘황희승’이라는 업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이를 택합니다. 무명이었던 황희승씨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그루폰코리아 대표가 될 수 있었을까요.
 
황 대표는 로켓인터넷의 인재상인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고, 열정 넘치는 20~30대’에 딱 부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과거를 살펴보면 청소년 시절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로 유학 프로그램에 지원, 독일 살렘왕실학교에 진학합니다.
 
“모든 유학생이 그렇듯이 언어가 서툴고,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현지 동급생들의 괄시도 참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운동에 관심이 많아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됐을 무렵 예쁜 여자친구도 생겼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재벌가 자제로 알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 황희승 그루폰코리아 창업자 (사진=최용식 기자)
 
황 대표는 미국 애틀란타 소재 에모리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훗날 그루폰코리아 공동대표가 되는 윤신근씨를 만납니다. 대학생활은 그야말로 ‘제 2의 사춘기’였다고 합니다. 주머니가 고달픈 상황에서 공부보다는 ‘노는 것’을 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졸업을 미루고 한국으로 돌아와 여러 가지 사업을 시도합니다.
 
일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지인의 소개로 아시아 지역 사업을 모색하고 있던 올리버 회장을 만난 일입니다.
 
황희승 대표는 윤신근 대표와 함께 올리버 회장이 준 소액의 자본금을 기반으로 할인쿠폰서비스 ‘베스트플레이스’와 명품 쇼핑몰 ‘프라이빗라운지’를 오픈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틀이 잡혀졌을 때 위메프에 매각, 사업가적 재능을 입증합니다.
 
올리버 회장은 깊은 신뢰감을 표하고, 이 둘을 로켓인터넷 한국 지사장으로 선임하는 한편 그루폰코리아 설립을 맡깁니다.
 
그루폰의 고민은 어떻게 한국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현지 유망업체를 흡수하기로 하고, 티몬과 위메프에 수백억원 규모의 인수제안을 합니다. 하지만 해당 업체 경영진은 내부 의견을 모은 결과 앞으로 더 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거절합니다.
 
그루폰은 차선책으로 비교적 하위업체인 딜즈온과 접촉을 시도합니다. 거의 딜이 성사됐을 무렵 관련 사안이 언론에 공개가 되자 협상에 보수적인 기조로 선회합니다. 그리고 결국 “직접 진출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이릅니다.
 
◇ 그루폰 런칭 기자간담회 (사진=최용식 기자)
 
따라서 200~300명에 이르는 직원을 채용하고, 본사 인력을 파견하는 등 조직구성에 박차를 가합니다. 아울러 기자간담회를 통해 품질관리시스템과 환불제도, 서비스 사후관리 능력 등을 적극 홍보합니다.
 
경쟁사들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한국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처럼 소셜커머스 업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무렵 뒤에서 조용히 세를 불리고 있는 회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쿠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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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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