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강조하던 FTA, 뭐가 달라 新통상 로드맵인가

입력 : 2013-06-14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통상으로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면서 新통상 로드맵을 발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체결을 맡았던 노무현·이명박 정부에 비해 박근혜 정부의 통상정책은 어떤 점이 달라졌기에 '新'이라는 말까지 붙은 것일까.
 
정부는 지난 13일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新통상 로드맵'을 정부안으로 의결했다.
 
이번 로드맵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한-미 FTA 추진 등에서 나타난 FTA 허브화 전략을 버리고 지역통합형 FTA를 강조한 점이다. FTA 허브화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을 연결하는 것이라면, 지역통합형은 아시아-태평양이라는 거대 경제권으로 우리가 직접 뛰어들어가는 셈이다. 이른바 '개방형 통상정책'이다.
 
이에 대해 박태성 산업부 통상정책총괄과장은 "FTA 허브화는 특정 국가와의 무역협정이기 때문에 무역 성과가 제한적"이라며 "지역통합형은 여러 국가로 이뤄진 경제권의 구성원이 돼 미국 중심의 태평양 시장과 중국 중심의 아시아 시장을 모두 끌어 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통합 모형>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지역통합형 무역협정으로 한-미·EU·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FTA에 따른 시장 선점 효과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박태성 과장은 기우라고 대답했다.
 
그는 "우리가 아무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통합형 FTA를 추진하는 게 아니라 이미 주요국과 FTA를 맺은 상태로 지역 경제권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기존에 체결된 FTA를 활용하면 한-중-일, 한-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력체(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PCEP)을 모두 잇는 연결고리(Linchpin)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로드맵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통상 교섭-이행-국내대책 마련을 산업부가 전담하게 한 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 기능을 전담한 부처명이 외교통상부였던 데서도 나타나듯 역대 정부의 통상 정책은 대부분 외교부 담당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 출범과 함께 통상 기능을 지식경제부로 이관시켜 산업통상자원부로 확대 개편했다.
 
박 통상정책총괄과장은 "산업과 통상은 밀접한 관계인데 역대 정부에서는 두 기능이 서로 연계되지 못했다"며 "그러다 보니 국내 산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통상정책이 아니라 단순히 협정 실적만 쌓는 성과지향형 통상에 치우친 측면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국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얼마이고 어떻게 더 유리하게 만들 것이냐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빨리, 많은 협정을 맺느냐에만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로써 중소기업의 FTA의 활용도와 시장 확대 등에서 실효성이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박 과장은 "현재 산업부에서는 통상차관보 주재로 산업부, 기재부, 농림축산식품부, 국무조정실 등 22개 통상관계부처가 모여 통상추진위원회를 열고 있다"며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소통을 강화해 산업과 통상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EU FTA에 따른 성과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또 FTA를 중심으로 한 통상정책을 수립한 데 대한 지적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그동안 체결된 FTA로 수출기업이 애초의 예상만큼 이득을 못 봤고 내수시장도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적극적인 FTA 추진도 좋지만 그동안 미흡했던 분야를 보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태성 과장은 기존 FTA의 성과가 저조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무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 1년~2년 사이의 실적으로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국제통상 환경이 지역통합형 FTA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신 통상 로드맵은 역대 정부의 통상정책과는 차별화 되는 통상국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어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도 현오석 기재부 장관은 "지금은 날로 치열해지는 통상 환경 속에서 FTA를 통해 중국 등 신흥국 시장으로 진출을 가속화하고 지역통합의 핵심축이 돼야 한다"며 "통상이 국내 산업의 경쟁력 향상과 일자리 창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신 통상 로드맵의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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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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