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저승사자' 역할을 했던 외국계 증권사들이 최근 들어 한국 증시에 우호적인 보고서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목표주가를 절반으로 낮춰 해당 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게 했던 작년과 달리 삼성전자와 LG데이콤 등 주요 종목의 주가 전망을 밝게 해주는 보고서를 잇따라 발간해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증권사 중 '바이코리아'에 앞장선 곳은 UBS증권이다.
UBS증권은 최근 발표한 '한국시장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한국의 신용ㆍ외환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안정돼 단기간에는 주식투자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며 "한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UBS증권은 이후 "기업 이익과 경제 회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연말 코스피 목표지수를 1,250에서 1,400으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개별 종목 보고서에도 이러한 긍정적인 시각이 담겼다.
지난 9일 기아차에 대해 주가가 충분히 저평가돼 있어 추가하락이 작다며 투자의견을 '매도'에서 '중립'으로 상향조정했다.
이어 13일에는 삼성전자에 대해 장기적으로 성공이 보장돼 있다며 목표주가를 47만원에서 50만5천원으로, LG데이콤에 대해서는 매출과 이익성장이 지속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만1천원에서 2만3천으로 각각 높였다.
기아차는 쌍용차 법정관리 신청 여파로, 삼성전자는 올해 초 상승한 데 따른 피로감으로 우호적인 보고서의 혜택을 입지 못했지만, LG데이콤은 보고서 발표 당일 3.78% 상승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들도 국내 증시와 개별종목을 호평했다.
모건스탠리증권은 최근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저금리인 데다 원화절상 가능성이 있는 한국시장에 투자자들은 주식투자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적과 시장금리의 하향조정 속도가 느려졌고 변동성은 떨어지고 있어 유혹적인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은 지난 7일 주류사업 부문을 매각한 두산의 목표주가를 기존 13만3천원에서 14만1천원으로 올렸으며, 맥쿼리는 KB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3만500원에서 3만7천500원으로 높였다.
또한 CLSA는 8일 KT가 KTF와 합병가능성이 커졌다며 KT의 목표주가를 4만원에서 4만7천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이들 외국계 증권사가 무모할 정도로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서로 국내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최근 행태는 극히 이례적이다.
국내 조선소가 전 세계에서 발주하는 신조물량을 휩쓸다시피 하며 승승장구할 당시인 지난해 1월 맥쿼리는 국내 조선업체의 목표주가를 60~70% 내린 보고서를 냈었다.
이 보고서 이후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조선주 보고서 논쟁'이 일기도 했다.
CLSA증권은 지난해 11월 GS건설의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3만6천원으로 대폭 내리고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해 GS건설의 주가가 당시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목표주가나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한 종목이 줄줄이 급락해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증시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애널리스트는 "세계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과 금융위기 해소 노력을 기울인 덕에 금융위기가 다소 안정되면서 국내 시장의 매력이 높아졌다"며 "또한 국내 기업 중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이 이번 위기를 잘 견딜 수 있고 이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외국계 증권사들의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김영각 종목분석팀장은 "외국계 증권사 펀드들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지나치게 매도한 측면이 있었다. 올해 환율이 안정되면서 과매도한 부분을 다시 사들일 필요가 생겼는데 기존 매도 리포트로 한국 비중을 늘리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매수 리포트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