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 (사진=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18일 이란전을 하루 앞둔 최강희호가 훈련 비공개를 선언했다. 팬들은 물론 언론 관계자도 포함되는 사항으로 16일 훈련 시간과 장소를 모두 비밀로 한 채 훈련을 진행했다. 가끔 이뤄지던 훈련초반 15분 공개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모두에게 공개적으로 진행해온 훈련이기에 이례적인 결정으로 비춰진다. 이같은 훈련 비공개 조치의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 유출 차단
우선 이란전을 앞두고 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해오던 대표팀은 지난 15일 울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표팀은 울산에 내려와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훈련을 한차례 진행했다.
울산에 태극 전사들이 한데 모여서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오랫만의 일이다. 더군다나 울산은 예전부터 축구 인기도가 높은 도시다. 그런만큼 15일 울산종합운동장에는 많은 시민들이 몰렸고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이란축구협회 소속 공식사진사도 있었다. 한국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살펴보고 꼼꼼히 촬영을 한 것이다. 선수 한 명씩, 각 훈련 장면을 담아 촬영을 하는 이 사진사로 인해 훈련은 오래지 않아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후 16일 훈련은 전면 비공개로 바뀌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18일 이란전이 있긴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본선행 9부 능선을 넘었다. 그래도 방심은 절대 금물"이라며 "상대(이란)에게 정보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함이 16일 훈련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선수 사기 문제
하지만 대표팀 정보 유출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가 있다. 대표팀 사기와 긴장감 문제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보면 선발로서 나올 베스트11과 예상라인업 등에 대한 짐작은 대강 가능하다.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 전 이뤄진 손흥민의 선발 예고가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 당시는 손흥민의 기를 살려주고 긴장을 불어넣기 위한 한정적인 경우다. 최강희 감독 취임 이후로 손흥민은 단 한차례도 선발로 나선 적이 없었다.
선발 출전 예상선수에 대한 추정·분석 기사는 어느 국가이건 경기 이전에 흔히 보도된다. 하지만 본선 진출 티켓이 걸린 상황에 최 감독은 선수 사기를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예상 명단에 없는 선수는 사기가 떨어질 우려도 없지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감독은 "선발출전 선수가 결정된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니 내부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며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자꾸 말이 나오면 비주전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비공개 훈련 결정의 뒷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5일 축구 월드컵 대표팀이 레바논전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이란의 도발에 휘둘리지 않겠다"
훈련의 비공개에는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의 잦은 도발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최근 최 감독과 몇 차례 설전을 벌여왔다. 다만 케이로스 감독의 일방적인 도발이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향해 '흔들기'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이란 대표팀은 15일 부산 김해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했다. 카이로스 감독은 울산으로 이동해 훈련한 후 국내 한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런 모습(훈련장 근처로 나들이온 시민들)을 보면 최 감독은 또 불평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어서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과 경기에 최 감독과 나의 축구인생을 건다. 최 감독은 전쟁에서 질 것이다"고 도발을 감행했다.
이란 대표팀은 훈련 일정도 갑작스럽게 바꿨다.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로 변경한 것이다. 이란이 훈련장으로 사용하는 강동구장이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와 장소는 물론 시간도 겹치자 케이로스 감독이 사용시간 변경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감독은 이러한 케이로스 감독의 도발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말이 아닌 경기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경기전날 공식 기자회견 외엔 인터뷰도 하지 않고 있다"고 대표팀 분위기를 전했다. 훈련 비공개는 이같은 모습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