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출구전략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신흥국 고위험 채권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자금은 대거 빼내면서 통화가치가 급격히 절하되고 고위험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 통화 급락세는 지난달 22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를 단계적으로 줄일 수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인도 루피와 멕시코 페소,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4%이상 급락하고 있다.
달러화 대비 루피화 환율은 지난 13일 58.97을 기록했으며 인도네시아 루피화는 1만선까지 올라가며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문제는 신흥국 환율 상승(통화가치 절하)이 지속될 경우 신흥국 기업들의 채무 상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아시아 이머징마켓에서는 정크본드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본 제외 아시아 지역의 40개 투자등급 회사채 CDS 프리미엄을 추종하는 마르키트 아이트랙스 아시아 인덱스는 13일(현지시간) 전일대비 3베이시스포인트(bp)오른 135bp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지난달 말 142bp까지 치솟았는데 그만큼 아시아 지역 회사채에 대한 부도위험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채권 시장이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규모로 불어나면서 그 충격도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ING에 따르면 지난해 신흥국 채권발행액은 2000억달러로 2005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멕시코 페소화 채권시장은 1996년의 280억달러에서 2011년 하반기 445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밝혔다.
외신들은 이 같은 불안이 지속될 경우 그 충격은 해당 기업에만 제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이 디폴트를 선언하면 기업파산과 주가 하락, 실업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멕시코는 여러 부동산 회사가 이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투자자들이 이들 기업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그 결과 업계 전반적으로 차입비용이 상승하고 부채 상환이 어려워지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세르지오 토리고 블랙록 펀드매니저는 “기업은 팝콘과 비슷하다”며 “하나가 튀기 시작하면 다른 것들도 연쇄적으로 움직인다”며 “최근 멕시코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코룸 맥도노프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 신흥 채권시장 책임자도 “지금까지 신흥국 통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던 만큼 최근의 상황을 대비한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불안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