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로 하락세를 지속하는 아시아 통화 가치가 더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인도 루피화 사진제공=currency.co.kr
17일(현지시간) 씨티그룹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통화강세를 견인했던 요인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속도조절을 계기로 통화 절하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아시아 통화 약세의 요인으로 연준 자산매입 속도조절에 따른 펀드자금 유출 , 일본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우려 등을 꼽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과 일본, 미국의 신용등급은 하락한 데 반해 아시아 지역은 줄줄이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되면서 투자자의 자금이 몰렸고 통화 역시 강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아시아 지역의 신용등급이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조아나 추아 씨티그룹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유입된 자금으로 투자 붐이 일었던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이제는 이로 인한 금융 불균형으로 다시 신용등급이 재평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로 지난주 국채발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호주 ANZ 은행은 아시아 통화 가운데 특히 인도 루피와 인도네시아 루피아, 호주 달러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리차드 예체네가 ANZ은행 글로벌 마켓 리서치부문 대표는 “문제는 경상수지를 능가할 자금이 들어올 만큼 이들 국가가 매력적이냐”라며 “호주와 인도, 인도네시아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펀더멘털을 약화시키는 기본적인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그 동안 아시아 채권을 비롯한 자산에 돈이 유입된 탓에 어느 나라든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필리핀의 페소화의 경우 이제 투자자들은 더 이상 투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페소 가치는 달러대비 43.40달러를 기록 연중 최저를 기록했으며 최근 몇 주 만에 7%가까이 하락했다.
인도 루피화는 최근 6주 연속 절하됐으며 지난 11일에는 달러당 루피화값이 58.98로 사상최저를 기록했다.
호주달러도 올해 들어서만 10%넘게 하락했으며 인도네시아 루피아도 지난주 4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예체네가 대표는 “과거 투자자들은 선진국을 대신할 보험자산으로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신흥국 자산을 사들였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