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호' 대한민국, 이란전 1점차 패배로 겨우 본선 진출

입력 : 2013-06-19 오전 12:48:45
(사진=SBS TV 중계방송 캡처)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본선에 올랐으니 괜찮다"고 하기에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속터지는 경기였다. 골은 터지지 않았고 오히려 숙적 이란에게 홈에서 골을 내주는 수모까지 겪었다. 세계에서 현재 6개 국가뿐인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영광'을 부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상처'가 너무 컸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축구 대표팀은 1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8차전에서 후반 15분 이란의 레자 쿠차네자드(스탕다르 리에주)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4승2무2패(승점 14·골득실+6)로 5승1무2패(승점 16·골득실+6) 이란에 이어서 A조 2위로 월드컵 본선에 행했다. 우즈베키스탄(승점 14·골득실+5)은 한국과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에서 뒤지며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이 두 골만 더 넣었다면 한국의 본선행은 좌절됐다.
 
경기 전부터 잦은 도발을 하던 숙적 이란과의 홈경기를 크게 이기기를 바랬던 팬들에게는 치욕의 경기였다. '유종의 미'는 커녕 이란의 골문을 열지 못하며 이란전 2연패를 기록했다. 결국 역대 전적 '9승7무11'패로 대한민국의 열세가 확연해졌다.
 
최강희 감독은 그동안 골결정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일까? 이날 경기에 최 감독은 스트라이커 4명을 투입하면서 화끈한 승부를 꾀했다.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이 최전방의 투톱을 구성했고, 손흥민(레버쿠젠)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이 좌우 날개로 나섰다. 미드필드에서 단 한 번의 패스로 장신 김신욱의 머리를 노리는 최 감독의 전술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배치였다.
 
중앙미드필더는 장현수(FC도쿄), 이명주(포항)로 구성됐다. 포백은 왼쪽부터 김치우(FC서울), 김영권(광저우), 김기희(알샤일리아), 김창수(가시와)로 짜였다. 골키퍼 장갑은 정성룡(수원)이 꼈다. 공격의 핵 이청용(볼턴)은 부상으로 결장했다.
 
경기 전반 초반부터 우리의 태극 전사들은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기선 제압에 노력했다. 몸싸움도 결코 마다하지 않는 '파상공세'를 펼친 것이다.
 
이란은 결국 전반에 한 차례도 유효 슈팅을 기록하지 못하고 수비에 집중했다. 뚫기보다는 잠그기에 집중했던 이란이었다. 격렬한 장외설전을 이끌던 이란은 정작 실전에서는 매우 단순한 '롱볼축구'에 의존했다. 한국에 유리한 흐름이 이어졌다.
 
전반 대부분을 공격으로 보낸 한국은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꾀했다. 손흥민이 이란 수비의 집중 마크를 당해 주춤대자 김신욱의 머리를 활용한 롱 패스와 중앙의 미드필더 이명주의 발로 시작되는 짧은 패스를 번갈아가며 이란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또한 지동원과 김창수가 버틴 오른쪽 측면도 활발하게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김신욱의 머리를 통한 롱 패스 비중이 높아졌고 이란은 이러한 공격 루트를 차단했다. 전반 21분 문전 혼전 중 이동국의 헤딩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꽤 좋은 득점 찬스를 마주쳤지만 공이 문전밖으로 빠졌다. 
 
전반 41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이명주는 골키퍼와 맞섰지만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볼 점유율은 꽤 높지만 실속은 없었고, 실점만 없을뿐 공격력은 기대에 못 마쳤다.
 
한국은 후반 들어 전반 멤버를 바꾸지 않고 공세를 이어갔지만 이란의 철벽 수비를 부수지 못했다. 이청용의 부재가 절실했다. 위기를 풀어나가는 대응이 부족했고 전술은 패스 위주로 단순했다.
 
이란은 크게 무리하지 않고 수비를 하면서 역습을 꾀했다. 결국 김영권의 후반 중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이란의 공격수 레자 쿠차네자드가 곧장 내달리며 선제골에 성공했다.
 
급해진 최 감독은 후반 20분 지동원을 빼고 이근호(상주 상무), 28분엔 손흥민 대신 김보경(카디프시티)를 투입해 반전을 노렸다. 그렇지만 후반 30분께 골문 앞에서의 슈팅 등이 잇따라 막혔다.
 
이란은 득점에 성공하자 잇따른 선수 교체와 중동지역 특유의 '침대축구'를 펼치며 시간을 끌었다. 점수를 더 얻기보다 한 점차의 리드 상황을 지켜 승리만 지키자는 의도다.
 
종료 시간이 다가올 수록 한국 선수들은 더욱 빠른 몸짓을 펼쳤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의 패스 패턴은 너무 단순해 눈에 읽혀질 정도다. 이란 수비가 미리 대비했을 정도였다. 슈팅은 추가시간까지 골문을 피해나갔다.
 
결국 이날 경기의 종료 휘슬이 그대로 울렸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직행을 확정하고도 관중을 향해 멋쩍은 인사를 해야 했다. 반면 이란 선수들은 대형 국기를 들고 그라운드 곳곳을 뛰어다니며 승리에 감격했다. 한국은  경기 종료 이후 월드컵 본선행을 자축하는 출정식이 있었지만, 이미 관중의 다수가 좌석을 떠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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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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