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한국거래소의 억울한 D등급

입력 : 2013-06-19 오전 11:11:22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증권·장내파생상품의 공정한 가격 형성과 매매, 거래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함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주요 기능에는 시장 개설과 운영, 매매, 결제를 포함해 시장감시와 분쟁조정 등 공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핵심에 서서 공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거래소가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전년도 B등급에서 D등급으로 낙제점을 받은 것. 결과만 놓고 본다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
 
거래소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2009년 이후 3년간 줄곧 B등급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급격한 시장 위축으로 주식시장 거래대금이 전년대비 25%대 급감하면서 수수료 수익이 크게 줄었다. 특히 공적의무의 차원에서 증권업계를 돕는다는 명목 하에 수수료를 6차례 인하한 것 역시 영향이 컸다.
 
실제로 거래소의 전체 영업수익은 지난 2011년 4212억원에서 지난해 3476억원으로 급감했다. 이중 거래수수료 수익은 지난 2011년 316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566억원으로 줄었다.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급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거래소는 전자상거래 시장, 중앙청산(CCP) 업무 등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하며 신규 비용이 큰 폭으로 늘었다.
 
결국 경영평가에서 계량지표 부문에서만 점수가 전년대비 20.04% 하락하면서 등급이 두단계나 떨어졌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본래 공공기관의 자율·책임경영체제 확립, 경영효율성 향상, 공공서비스 증진을 유도하기 위해 1984년에 처음 실시됐다.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윤리경영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기로 되어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계량지표 비중이 높아 거래소는 울상이다. 한국거래소는 계량평가 50%, 비계량평가 50%가 적용된다. 실적이 감소하면 계량평가 점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거래소 특성상 경영능력 보다는 주식시장에 따라 실적이 좌우된다는 점이 문제다. 수수료 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영 구조에서 무조건적인 실적 평가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물론 여타 기관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적극적인 사업추진이 어렵고 공공의무를 다하다 보니 큰 폭의 성장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공공기관의 실적 자체를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관 별로 경영 구조가 다른 만큼 차별화된 잣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경영평가 목적이 수익성 향상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효율화와 역할 평가인 점을 다시금 상기해야 허울뿐인 평가가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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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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