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생회 간부 등 서울대생 100여명이 2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정문에서 검찰의 국정원 수사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전재욱 기자)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20일 오전 10시30분 대검찰청 청사 정문에서 검찰의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김형래 총학생회장(산림과학부 4년·23) 등 100여명은 "선거에 개입해 수사를 축소 은폐한 관련자들을 처벌하라"며 "권력기관의 간섭없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성명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종북 세력'에 대항하는 심리전을 수행하고 종북세력의 제도권 진입을 막는다는 미명 하에 직원들에게 선거개입을 지시했다"며 "정부기관이 반공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고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모습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이 재판에 넘겨지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한 수사축소와 은폐 사태가 드러났다"며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국정원 여직원 인터넷 댓글 수사의 신속한 수사를 이유로 키워드를 78개에서 4개로 축소하고, 대선을 3일 앞두고 무혐의 내용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토록 해 특정후보에게 명백히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핵심 권력기관들이 국민의 주권이 행사되는 선거에 개입해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점"이라며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1조가 공문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오늘날 보통·직접·평등·비밀원칙에 기반한 선거는 수많은 사람들의 저항과 희생의 성과"라면서 "권력기관이 국민들의 여론을 통제하는 데 앞장서는 오늘날의 현실은 어떠한가"라고 규탄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권가권력의 이름으로 짓밟은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과 관계자들은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원 전 원장의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막았고, 국정원 범죄사실을 공개한 내부고발자는 처벌받은 반면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에 대한 처분은 이상하리만큼 가볍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은 "서울대 총학생회는 공권력을 이용해 대선에 개입한 인사들과 축소수사와 허위발표로 국민을 속인 경찰 관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국가 권력기관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생들은 또 "정부가 책임지고 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서울대 총학생회는 국민들과 함께 직접 일어날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우습게 여기는 권력은 용인될 수 없다는 사실을 역사로부터 똑똑히 기억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