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에 이머징시장의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이틀 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현행 자산매입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올 연말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에 이머징 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선진국에서의 양적완화와 낮은 기준금리는 고수익자산 투자가 가능한 이머징시장으로 자금을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신흥국 주식시장 11개월래 최저..채권자금도 이탈 우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지면서 신흥국 주식시장이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MSCI 이머징시장지수는 오후 2시49분 현재 전일 대비 2.59% 하락한 922.27에 거래되고 있다.
MSCI 이머징시장지수는 올해 들어 12% 가까이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가 2.62% 하락 중이고, 대만과 중국은 각각 1.35%, 1.87% 하락했다. 그 밖에 멕시코(-1.05%), 브라질(-3.18%), 태국(-3.02%) 등이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보다 채권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확정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으로 자금을 투자했으나 현재 3차 양적완화의 영향으로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어 자금이탈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가 축소될 경우 금리가 점진적으로 올라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신흥국 채권으로부터 자금 유출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달러 캐리 트레이드 축소로 이어져 이머징 시장에 타격이 올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원 신 브라운브라더스해리맨 이머징시장 통화전략 대표는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할 가능성이 확실해진 만큼 이머징시장은 보호막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의 구체적인 출구전략 시기와 상관없이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은 위축될 것이고 이것은 선진국 유동성 확대의 혜택을 받아왔던 이머징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 이날 멕시코 페소 가치는 전장 대비 0.28% 하락했다. 브라질 레알화도 0.0277% 하락하는 등 초반 강세를 상쇄하고 대부분 달러 대비 1% 이상 하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 가치는 7개월만에 2% 이상 떨어져 당시 환율 12.8945에서 13.1864로 상승했다.
달러 대비 브라질 레알의 가치는 4년 만에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2.22를 기록했다.
러시아 루블은 국제유가 하락과 나란히 약세를 보여 달러 대비 가치가 1.4% 하락해 32.463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에드아르도 수아레즈 스코티뱅크 스트레지스트는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2.32% 상승하면서 이머징시장의 자산을 보유했던 투자자들의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 신은 "다수의 펀드 매니저들은 이머징 통화가치의 하락으로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신흥국 자산 매도의 이점을 얻어왔지만, 투자자들이 언제 다시 신흥국 시장으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