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최재원 부회장(왼쪽)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SK(003600)그룹 횡령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은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에게 진술 방향을 지시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김 전 고문은 검찰 수사와 1심 재판에서는 주목 받지 않았지만, 최 회장 형제가 진술을 뒤집은 항소심부터는 '펀드 선지급' 경위에 대해 알고 있는 핵심인물로 지목돼 왔다. 무속인 출신으로 알려진 김 전 고문은 최 회장 일가와 오래전부터 특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21일 서울고법 형사합의 4부(재판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의 증인신문에서 김 전 대표는 "글로웍스 횡령 사건으로 구속됐다 보석으로 나왔는데, 최재원 부회장이 핸드폰을 나에게 지급해 줬다. 그 전화기로 중국에 있는 김 전 고문에게 여러차례 전화가 왔는데 그는 '너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다. 최 부회장도 빼야 된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김 전 고문은 처음엔 '(수사기관에서 )최씨의 '최'자도 꺼내서는 안된다'고 하더니, 보석으로 나온 이후 부터는 '그건 회장이 인정했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이에 재판장이 "'그것' 이라는 것은 펀드 선지급 말하는 건가'라고 묻자 김 전 대표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또 재판장이 '김 전 고문이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는가'라고 묻자, 김 전 대표는 "그는 '내가 시키는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이 잘 될거다. 대법원 가면 무죄다. 준비해 놓은 게 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 커졌으니 당당하게만 하면 된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최 부회장이 검찰 수사 초기에 김 전 대표에게 '자신에 대한 진술내용의 수위를 조절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변호인단 외에 최 부회장이 직접 김 전 대표의 진술 방향을 언급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최 회장은 2008년 10월 말 SK텔레콤, SK C&C 등 2개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계열사 임원들에게 매년 성과급(IB)을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방식으로 2005~2010년 비자금 139억5000만원을 조성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포함됐다.
최 부회장은 이 자금을 선물옵션 투자를 위해 김 전 대표를 통해 국외 체류 중인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반면, "최 회장은 전혀 몰랐고, 내가 베넥스 펀드 자금 송금에 관여했다"고 주장해온 최 부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최 회장은 '몰랐다'던 '펀드 출자금'에 대해 '알고 있었고', '혼자 했다'고 진술했던 최 부회장은 '방어막이 되려 거짓말을 했다'며 1심 진술을 항소심에서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