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정의 펀드톡)적립식 펀드의 함정

입력 : 2013-06-24 오전 7:00:00
[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적립식으로 장기투자하면 안전합니다."
 
증권사나 은행 직원들이 펀드 가입을 권유하며 하는 말입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100% 맞는 말도 아닙니다.
 
일단 거치식 펀드와 비교한다면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안전하다"는 말은 맞습니다. 적립식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이 코스트애버리지(cost average) 효과라고 얘기한적 있죠? 일정 금액을 정해놓고 매월 꾸준히 투자하면 주가가 낮을 때는 수량을 많이 사들이고, 주가가 높을 때는 적게 사들이게 됩니다. 이런식으로 꾸준히 투자했을 때 주식의 평균 매입가격이 낮아져 수익률이 높아지는 걸 말합니다.(참조기사 : 주가가 떨어져야 좋은 적립식펀드)
 
결론적으로는 주가가 올라야 수익이 나겠지만, 과정상으로 생각했을 때 적립식 투자자에게는 주가가 하락하다가 상승하면 더 좋다는 겁니다. 
 
더 재미있는 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클수록 수익은 극대화된다는 건데요. 주가가 하락과 상승을 반복한 후 처음 투자했던 주가로 다시 돌아오지만 변동성은 다른 네가지 경우를 비교해보겠습니다.
 
매달 10만원을 다섯달동안 불입했을 때, 주가 변동폭을 10%와 20%, 40%, 60%로 차이를 두었습니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변동성이 클수록 처음 주가로 돌아왔을 때, 수익률이 높다는 걸 알 수 있죠? 변동성이 클수록 매입수량이 늘어나 코스트애버리지효과를 더 크게 누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투자한다고 생각해보면 변동성 장세에서도 마음졸일 일은 크게 없을듯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꾸준히'라는 말인데요. 그 '꾸준히'가 도대체 언제까지일까요?
 
주가 2000포인트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25%라고 가정할때 시뮬레이션을 보겠습니다. 월 10만원씩 적립식으로 3년을 투자했을때의 결과입니다.
 
 (출처=타임서퍼 블로그(http://blog.moneta.co.kr/blog.screen?blogId=hubq)
 
주가가 하락한 후 상승하는 경우인데요. 총 37회를 불입할 때 13회차 때 가장 큰 손실이 발생합니다. 분명 증권사 직원이 "안전합니다"라고 했는데, 적립식 상품도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때에는 손실이 나니, 꼭 안전하지만은 않을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13회차 불입시 가장 큰 손실이 난 이후 손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해 18회차가 되면 수익으로 전환됩니다.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는 3년 중 1년6개월동안은 손실을 감내해 낼 수 있는 굳은 심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17회차까지 적립식 펀드가 파놓은 함정입니다.
 
37회차 불입시 주가는 25% 올라 2480포인트가 됐고,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은 31.1%를 기록했습니다. 증권사 직원이 "장기투자하면 안전합니다"라고 했던 말이 맞는 결과네요.
 
그러면 무조건 오래 넣으면 수익이 더 커질까요?
 
투자초에는 적립된 자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코스트애버리지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적립된 자금 규모가 커지고, 매월 납부하는 자금은 전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지게 되죠.
 
17회차를 보면 주가는 1680포인트이고 평균매입단가는 1715.2원으로, 이 때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후 주가가 오르면서 평균매입단가도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즉, 매입가격이 점점 비싸진다는 건데요.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때에는 적립식 펀드도 주식을 계속 비싸게 매입하게 되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펀드의 평균단가와 함께 자산 규모는 더 빠른 속도로 커지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거치식 펀드와 별 차이가 없게 되는 겁니다.
 
 (출처=타임서퍼 블로그(http://blog.moneta.co.kr/blog.screen?blogId=hubq)
 
이때에는 리밸런싱(rebalancing), 즉 자산 비중을 조절해야 합니다. 적립식 투자가 잘못된 시기에 자금을 한꺼번에 투자하지 않도록 투자 시점을 분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면, 리밸런싱은 이미 형성된 포트폴리오 내 자산 구성 비중을 변화시켜 투자 목적을 달성하도록 도와줍니다.
 
처음 투자할 때 정한 자산배분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이 올라 비중이 늘어난 자산은 팔고 줄어든 자산은 늘리는 거죠.
 
예컨대 한 자산의 비중이 20% 이상 변동될 때마다 원래 비중으로 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식자산 비중을 처음에 40%로 정했는데 주가 상승으로 자산 비중이 60%로 늘었다면 보유 자산을 일부 매각하고, 반대로 주가 하락으로 비중이 20%가 되면 추가로 40%까지 비중을 늘리는 겁니다.
 
투자자들은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자세로 바뀌고,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비관적인 생각에 빠지는데요, 그러니 주가가 급등하면 더 사고, 급락하면 자금을 회수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결국엔 손해가 나게 됩니다.
 
이런 투자심리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밸런싱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적당하게 수익을 봤을 때에는 환매해서 수익을 기분좋게 즐기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시장 추이를 지켜보면서 다시 조금씩 조금씩 더 투자하는 작업으로 돈 불리는 재미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고요.
 
적립식 펀드 투자의 함정 이제 아셨죠? 증권사 직원이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적립식으로 장기투자하면 안전합니다"라고 하는 말에서 행간을 읽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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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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