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정원이 새누리당 정보위원에게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발췌본에는 NLL을 포기한다는 발언은 들어있지 않았다.
뉴스토마토가 국정원이 작성한 발췌록을 24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NLL과 관련해 상당한 양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나타났지만 NLL을 포기한다는 발언은 없었다.
발췌록에 따르면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로 북한이 주장하는 군사경계선, 그리고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의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혹은 평화수역으로 설정할 것을 합의하고 있다. 이는 10.4 정상회담 합의문에서 이미 공개된 내용이다.
당시 정상회담 합의문 제5항에는 "남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제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정상회담 발췌록은 인천과 해주를 공동경제구역으로 만들고 통항도 자유롭게 하자는 발언내용이 있는데 회담 후 나온 합의문에는 공동어로구역이 인천보다 훨씬 이북인 해주 일대라고 밝히고 있어, 노 대통령이 협상과정에서 NLL을 건드리지 않고 평화수역 자체를 더 북쪽으로 옮긴 셈이 된다.
노 대통령은 또 "NLL 문제가 남북문제에 있어서 제일 큰 문제라 생각하고 있다"며 북한이 NLL을 이슈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도 발췌록에 나타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번에 장관급회담을 여느냐 안 여느냐 했을 때, 장성급 회담을 열어서 서해평화문제 얘기가 진전이 안되면 우리는 장관급 회담도 안 할란다 이렇게 억지를 부려본 적도 있다"며 "문제는 북측에서 NLL이란 본질적인 문제를 장성급회담에 들고 나온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의제로 다뤄라 지시를 했는데, (나는) 반대를 합니다. 우선 회담에 나갈 장소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북한이 NLL 논란을 제기한 것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안보 군사 지도 위에다가 평화 경제지도를 크게 위에다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이라며 "평화체제로 만들어 쌍방의 경찰들만이 관리하자는 것"이라며 평화수역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발췌록의 전반적인 내용은 국민들의 반북정서를 자극하는 내용들을 위주로 취사선택한 것으로 보이며 실제 "북한의 대변인 노릇 했다"는 발언이나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게 해줘 고맙다'는 내용도 나온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도 북한의 상황을 외교적으로 설명했다는 것을 그의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북한의 관리가 김정일에게 하는 보고를 같이 듣게 해줘서 고맙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발췌록에는 NLL을 포기한다는 내용은 없으며 노 대통령의 진의와 발췌록의 앞뒤 문맥은 국정원 편집본이 아닌 정본과 원문 전체를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분쟁 가능성이 상존하는 서해에서 평화수역을 획정하는 문제를 NLL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오해했고 이로 인해 의미없는 논란이 촉발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