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화록 전문 공개 안하나?못하나?

정보위원들 주장과 발췌문 달라..전문 공개시 역풍 가능성

입력 : 2013-06-24 오후 10:29:32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대화록 전문을 당장 공개해야 한다던 새누리당이 막상 국정원으로부터 문건을 전달받자 입장을 180도 바꿨다.
 
새누리당은 24일 국정원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이를 환영했다.
 
김태흠 대변인은 "대화록 공개는 남 국정원장의 고심어린 결단”이라며 “지난번 정보위 차원에서 열람 시 불참한 민주당 정보위원들에게도 제공하고 나아가 진실을 밝혀 소모적 논란을 종식시키고 국민들에게도 역사적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또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민들께 진실을 알린다는 차원에서 민주당이 진정성을 가지고 국정원의 비밀해제, 여기에 동의만 해주면 오늘에도 당장 전문공개가 가능하다는 점을 밝혀둔다”며 전문 공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정작 전문이 국회에 도착하자 공개 이야기가 새누리당에서 사라졌다.
 
새누리당은 전문 공개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측 관계자들은 윤재옥 의원 사무실에서 전문을 복사하면서 “전문을 공개한다는 상부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공개할 수 없다”며 기자들을 차단했다.
 
새누리당은 이어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전문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대신 강경한 발언만 이어갔다.
 
유일호 대변인은 “공개된 내용을 보면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과거 민주당과 일부 야권이 왜, 그토록 집요하게 공개를 거부했었는지 짐작이 간다”며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였다.
 
또 유 대변인은 “야당은 이번 공개를 ‘쿠데타’니 ‘내란’이란 표현으로 격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이는 법을 잘 모르는 언동이다. 국정원장은 공공기록물법에 근거하여 비밀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므로 이번 조치는 합법적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전문을 공개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면서도, 전문 공개를 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이를 놓고 대화록 내용이 새누리당이 기대했던 만큼의 수준이 아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서상기 정보위원장이 대화록 발췌문을 열람한 후 “노 전 대통령이 NLL포기 취지의 발언을 확인했다. 내 말에 과장이 있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기자 회견을 열었다.
 
그 후 서 위원장과 함께 발췌문을 본 정보위원들을 통해 언론에 발췌문 내용이 흘러나왔다.
 
당시 정보위원들이 흘린 내용과 실제 발췌문에는 차이가 있다.
 
전혀 다른 페이지에 있는 발언을 이어 붙인 경우다.
 
정보위원들은 “노 전 대통령이 김 전 위원장에게 ‘NLL 문제, 그것이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남측에선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헌법 문제라고 나오는데, 헌법 문제가 절대 아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고 발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발취문을 확인한 결과 이 발언은 40페이지와 72페이지에서 문장을 하나씩 가져온 것이다.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서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보고’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굴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발췌문의 “6자회담에 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 전에 보고를 그렇게 상세하게 보고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발언은 북한 측이 노 전 대통령에게 상세한 보고를 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전문이 공개될 경우 전체 문장의 맥락이 나타나면서,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을 했다는 의혹 공세도 약해지는 것을 새누리당이 우려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 대항할 카드를 남겨두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문을 공개하면 더 이상 민주당을 압박할 강력한 수단이 남지 않기 때문에, 전문 공개를 보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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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