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대표팀은 'One Team, One Spirit, One Goal'"

입력 : 2013-06-25 오후 5:03:21
◇홍명보 감독. (사진=이준혁 기자)
 
[파주NFC=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앞으로의 청사진을 함께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25일 오후 파주NFC(국가대표축구트레이닝센터)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업무를 시작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홍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과 대표팀 운영 계획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포부를 밝혔다.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슬로건은 '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이 될 것"이라며 "이에 벗어나는 선수는 대표팀에 들어오기 어렵다. 최고의 선수를 선발하는게 아니라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을 선발할 것"이라며 팀이 최우선임을 거듭 강조했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 준비에 대해선 "'한국형 전술을 만들어 한국형 플레이로 월드컵에 도전하겠다. '한국의 축구'가 필요하다"며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잘 하는, 우리 선수들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전술로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할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다음은 홍명보 신임 국가대표 감독과의 일문일답.
 
-대표팀을 맡게 된 소감과 각오는.
 
▲오랜만에 이런 자리에 서게 돼 긴장된다. 이 자리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대표팀을 맡아서 한국 축구를 8회 연속 본선에 올린 최강희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축하한다는 말과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어려운 환경에서 대표팀을 지위한 최 감독님은 충분히 박수를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개인적으로 쉽게 찾아오지 않는 재중천의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했는데 스승인 히딩크 감독님의 배려로 5개월 정도 (러시아)안지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다. 아주 훌륭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축구를 많이 배웠고, 인생도 많이 배웠다. 그 안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뭔가 다시 할 수 있는 힘을 찾았다. 앞으로를 내다봐도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대표팀 감독을 하게 됐다. 2005년 처음 대표팀 코치로 지도자를 시작해 2014년 월드컵 대표팀 감독의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제가 그간 쌓았던 모든 것을 걸고, 그동안 경험한 모든 지식과 지혜로 몸과 마음을 대한민국 축구팀에서 바치겠다.
 
-대표팀 선수단 구성에 관심이 쏠린다. 어느 정도 구상을 했는지 말해달라.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 많다.
 
▲여러분(기자)들이 말하는 '홍명보의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선수들과 3년 정도 아주 환상적인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가 미래를 100% 보장한다고는 볼 수 없다. 물론 그 선수들은 저와 편안하고 좋은 관계에 있다. 하지만 국가대표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다. 그들의 능력을 믿겠지만 앞으로 1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른다. 앞으로 유심히 지켜볼 것이고 (그들은)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모든 것을 체크해 그 선수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박지성 복귀론이 나오게 될 정도로 박지성이 필요한가.
 
▲박지성은 한국 축구에 큰 일을 했다. 앞으로도 큰 일을 해야 하는 선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을 때도 본인의 의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의 의사와 생각이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임 감독 마다 선수 구성이 달랐다. 이동국이 홍명보 감독의 성향에 맞는 선수인가.
 
▲(전임 감독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이뤘다. 전임 감독님들의 노력은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 이동국은 논란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동국에 대해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개인적으로 특정 선수의 장단점이나 이러한 것에 대한 거론을 좋아하지 않기에 내가 내 입을 통해 특정 선수의 평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앞으로도 듣지 못할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과 호주 아시안컵이 가장 중요하다.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게 목표일 것이다. 이제껏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의 목표를 이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나의 목표는 선수들과 시간을 갖고 그 안에서 지켜보며 목표가 설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목표는 있지만 순수한 개인적인 목표일 뿐이다.
 
-홍명보 축구의 색깔은 무엇인가.
 
▲한국형 전술을 만들어 한국형 플레이로 이번 월드컵에 도전하겠다. 우리는 스페인 선수도, 독일 선수도 아니다. 그래서 스페인 축구, 독일 축구도 아닌 '한국의 축구'가 필요하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잘 하는, 우리 선수들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전술을 준비해 2014 브라질월드컵을 대비할 것이다.
 
-앞서 두 차례 대표팀 감독을 고사했는데 이번에 대표팀 감독을 수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공식적으로 이번이 세 번째 국가대표팀 감독 제의였다. 처음 두 번은 올림픽 팀을 맡고 있는 상황이었다. 세 번째는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때였다. 지금 개인적으로 할 일이 없어서 대표팀을 맡은 것은 물론 아니다.
 
지난 5개월 동안 러시아에 있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러시아 안지에 11개국 선수가 있는데 그 선수들을 컨트롤하는게 쉽지 않았다. 반면 우리 선수들은 훈련 태도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정말 좋다. 올림픽 선수들과의 생활이 그리웠다. 다시 한번 한국 선수들과 힘께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대한민국 축구 선수들이었다.
 
-축구협회와 호주 아시안컵까지 2년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계약이 이뤄졌나. 혹시 다른 약속이 있는 것은 아닌가.
 
▲협회와 사전 접촉이 있었고 의견을 나눈 것은 사실이다. 협회는 지금보다 더 나은 계약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나는 대표팀 감독 자리가 영원히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 내가 어떤 모티베이션(동기)을 가지고 하느냐가 중요했다. 여러분들이 말했던 것처럼 2018년까지 감독을 한다고 했다면 내가 준비하는 자세가 180도 다를 것이라고 본다. 스스로 채찍질을 해서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했으면 했다. 2년은 협회에 내가 제안한 기간이다.
 
◇홍명보 감독. (사진=이준혁 기자)
 
-대표팀 불화설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팀에서 구심점이 될 만한 선수는 누가 있겠는가.
 
▲대표팀 불화를 잠재울 방법은 개인적으로 없다. 내가 그(대표팀) 안에 있지 않아 잘 모르겠다. 경기 내용이 좋지 않다보니 많은 분들이 우려하지 않나 싶다.
 
난 그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한 선수가 중심이 돼 팀을 이끌어가는 것이 물론 좋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명의 주장보다 23명의 주장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은 '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이 가장 중요한 슬로건이 될 것이다. 이에 벗어난 선수는 대표팀에 들어오기 어렵다.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을 선발할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홍명보 감독에게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되면 수석코치를 하겠다"고 농담을 했다는데 사실인가.
 
▲히딩크 감독과 모스크바에서 식사를 하면서 내가 "(네가 감독을 맡게 된다면)기쁠 것 같다"고 하자 "그러면 너무 기쁠 것 같다"며 그렇게 얘기했다. 개인적으로 고마운 분이다.
 
히딩크 감독이 내게 충고한 점은 "대표팀 감독 제안이 들어와서 네가 결정을 해야 한다면 너의 주변 상황을 냄비에 넣고 다 끓여봐라. 그러면 거기서 뭔가가 튀어나올 것이다. 그것이 부담된다면 대표팀을 맡지 말라"였다. 그 말대로 다 끓여봤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대표팀을 맡게 됐다.
 
-국민들이 대표팀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 부담스럽진 않나.
 
▲대표팀 눈높이가 높아진 것은 맞다. 얼마나 좋은 축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는 세계를 겨냥해 나아가는 팀이다.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잘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을 만들 생각이다. 충분히 경험을 해봤고,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형 축구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는데 어떤 그림인가.
 
▲축구라는 것이 많이 변화하지 않는다. 얼마나 조금 더 좁은 공간에서 하느냐, 넓은 공간에서 하느냐, 수비가 조직적으로 되느냐 아니냐 정도다.기본적으로 조금 더 컴팩트하게 하는게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의 근면성, 성실, 팀을 위한 희생 정신만으로도 좋은 전술을 만들 수 있울 것으로 생각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때도 역시 좋은 지도자 밑에서 좋은 전술로 경기를 했다. 그때와 지금은 전술적으로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서 압박하고 어디서 컴팩트하게 서야하는지는 남은 시간 선수들과 만들어갈 생각이다.
 
-한국축구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했는데.
 
▲사람들은 변화라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한국 축구는 2002년 이후로 질적·양적으로 발전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발전에 비해서 목표가 얼마나 발전했냐고 말할 수 있냐면 정확히 말할 수 없다고 본다.
 
세계 어느팀과 맞붙더라도 꾸준하게 맞설 수 있는 경기력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한국 축구도 탈아시아를 하면서 세계 무대로 향해야 한다. 축구는 기술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이 있다. 둘 다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기술적인 발전과 개개인의 강한 멘탈이 중요하다. 기술, 정신, 전술적인 면 모두 바뀌어야 한다. 선수들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좋은 코치도 있어야 한다.
 
-한국형 축구에 대한 설명과 대표팀 수석코치 선임에 대한 계획은.
 
▲월드컵에 출전하면 우리보다 수준이 낮은 팀은 없다. 한국 선수들은 공을 잘 빼앗지만 반대로 공도 잘 빼앗긴다. 그 시간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좋은 수비 조직력으로 경기하면서 공격시에는 최대한 우리가 볼을 상대에게 넘겨주지 않아야 한다. 최대한 공격 시간이 많은 움직임과 선수들의 기량이 필요하다. 강팀과 경기하더라도 쉽게 돌파당하지 않는 수비 조직력을 만들겠다. 코치진 인선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시간을 오래 함께했던 코치들이 있다. 며칠 내로 인선이 되면 다시 발표하겠다.
 
-A대표팀에 비해 20세 이하 대표팀이 선전을 펼치고 있는데.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지금 발탁할 선수는 없다. 축구라는 것이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월드컵 대표팀 3경기를 보지 못했다. 그 부분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다. 우리 선수들은 가능성이 있다. A대표팀 선수들이 더 높은 수준의 선수들이기 때문에 (20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처럼)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안컵에선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 팀을 운영할 계획인가.
 
▲축구는 일단 골을 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골 결정력이 중요하다. 월드컵 같은 경우에는 한번의 찬스에 한번의 골을 넣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 수비 조직력은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부문이다. 남은 기간 동안 그런 것들을 최대한 단축해서 준비하겠다.
 
올해 주어진 시간이 20여일 남짓하다. 그 기간동안 팀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평가전을 통해 월드컵 본선에 나갈 선수들을 고려하겠다. 지금 30명을 이야기하라고 해도 포지션별로 3명씩 이야기할 수 있다. 지금의 경기력으로만 한다면 선수 구성에 문제가 없다. 이번 동아시안연맹컵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브라질월드컵이다. 동아시안컵서 3경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다. 매경기 매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지금 이 순간 축구대표팀에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변화된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은 짧은 시간 동안에도 만들 수 있다.
 
-준비 시간이 1년 뿐인데, 준비 기간으로 1년이 충분한가.
 
▲인간은 안락한 순간보다는 도전과 갈등을 통해서 평가받는다. '1년'이란 시간이 쉽지는 않다. 1년이란 시간이 나를 대표팀 감독으로 움직였다. 1년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직 내 머리 속에 있다. 구체적으로 작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그림을 그리며 팀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 70~80% 정도는 생각하고 있다. 그 점에 있어 여러분에게 말할 수 있다.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후보에 오르기도 했는데.
 
▲외국인 감독은 시야와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 선수들 가운데 외국 생활을 많이한 선수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 축구는 앞으로 이 선수들의 의식에 대해서도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 선수들이) 20살까지 국내에서 축구를 하다가 유럽으로 나가 1~2년 정도 축구를 하면 유럽 선수들의 의식으로 바뀔 지도 모른다. 의식도 지도자들이 준비해야 한다. 이 시점에 무엇이 필요한지 왜 내가 됐는지는 여러분들의 몫으로 돌리겠다.
 
-힘든 상황이 아닐때도 대표팀 감독을 맡을 기회가 있었을 것인데.
 
▲성공의 비결은 좋았을 때보다 안 좋았을 때를 활용하는 것이다. 축구협회가 제의했고 나는 수락했다. 어떻게 그런(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고사) 보도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고사를 한 적은 없다. 대표팀 감독 자리가 내가 어느 부문이 마음이 안 든다고 해서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할 정도의 위치는 아니다. (나는) 한다고 했으면 하는 것이고 하지 않는 것이면 안 한다고 한다. 축구협회가 내가 하기 싫은데 억지로 준 것이 아니다. 나는 아기가 아니다. 나는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런(축구협회의) 외압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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