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일정을 재조정해야 할 입장에 처했다.
지난 14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에 이어 15일에는 FTA를 심의하는 하원 세입위원회 찰스 랑겔 위원장도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의 필요성을 거듭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 의회 측의 이 같은 발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기존 입장과도 일맥상통한 것으로 특히 미국 새 정권의 ‘재협상 방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아 우리 국회의 비준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미국측의 재협상 요구는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 국회의 선(先) 비준을 촉구했던 정부·여당의 예상이 조금씩 틀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미국 새 정부 출범 후 이른 시일 내 협의처리’라는 여야 간 합의대로 비준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황진하 의원은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해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한국이 먼저 비준 절차를 끝낼 경우 미국에서 재협상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윤선 대변인은 “미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재협상을 해야되겠다고 의사표시를 한 것이 아닌 만큼 ‘재협상 요구’라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미국의 입장이 점차 가시화되자 발빠른 대응책 모색을 촉구했다.
민주당 외통위 간사인 문학진 의원은 “미국이 FTA 재협상을 들고 나오면 지난 2007년 체결된 비준안은 의미가 없어진다”면서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합의했던 내용을 전면 백지화해 재논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미국이 각각 제기하고 있는 피해 분야의 대책을 세우기 위해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며 한·미 FTA 관련 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정책위의장은 “미국이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을 요구해 오면 우리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면서 “우리의 미진했던 부분도 이익에 부합되도록 재협상 내지는 추가협상을 통해 찾아 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선 대책-후 비준’을 재차 강조했다.
[파이낸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