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실적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고가 화장품 업체들이 매출 회복을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 '고급스런 이미지' 만으로는 살아 남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리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
실제로 고가 화장품은 경기 침체와 합리적 소비패턴 강화로 계속해서 저가 화장품 시장에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중저가 화장품은 지난해 대비 15% 넘게 성장한 반면 고가화장품은 10% 내외의 성장에 그친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가화장품 브랜드들이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한 우하향 추세를 보이자 업체들 사이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기존제품에 비해 가격을 대폭 낮춘 저가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가격 문턱을 낮춰 저가화장품 시장으로 향하던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 초 새롭게 출시한 신제품 '미안피니셔'(80ml) 는 기존 에센스보다 용량은 더 늘어났음에도 9만원대로 저렴하다. 이 제품은 시장에서 즉시 반향을 일으키며, 출시 3주 만에 50억원대 판매고를 올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같은 설화수 브랜드의 고가 에센스(50ml)가 30만원을 넘어서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무려 3분의 1 수준으로 확 떨어진 셈이다.
<고가 브랜드 내에서 단가 낮춘 제품 출시 >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미안 피니셔' 를 9만원대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했다.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편의성과 가격 절감 효과를 동시에 내세워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겠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요즘은 워낙 경기가 어렵다보니 스킨, 로션, 에센스 등 종류별로 구매하기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이 많다" 며 "점차 실속 있는 올인원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고가브랜드 오휘에서는 스킨, 로션, 에센스 등의 효과를 한 병에 담은 '아쿠아 힐링 멀티 포션' 을 출시했고 이어 후에서도 '올인원 트리트먼트'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오휘 아쿠아 힐링 멀티 포션' 제품 이미지. (사진제공=LG생활건강)
한편 '백화점의 꽃' 으로 불리며 콧대 높기로 유명한 고가 수입화장품들도 매출 부진에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용량 제품을 저렴한 가격대에 내놓거나 정품에 못지 않은 분량의 샘플을 끼워 판매하는 방식으로 고객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랑콤에서는 한정판으로 '비지오네르 스킨' 400ml 대용량을 출시해 8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기존 동일한 제품 200ml가 5만9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ml당 가격이 100원 가까이 낮아진 셈이다.
수입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수입화장품의 경우, 구조적으로 가격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만큼 우회적으로 가격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가를 낮추는 등의 전략 도입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과 젊층 소비자층을 끌어 모으기 위한 방안을 계속해서 고민중" 이라며 "가격 졍쟁력은 살리면서 저가화장품과 차별화된 제품력을 내세운다면 올해는 매출부진의 늪에서 다소나마 회복되는 양상을 나타낼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