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車산업 5대 리스크 직면..日·獨 '타산지석' 삼아야

"해외 생산기지 구축과 노사정 협력이 현 위기의 해결책"

입력 : 2013-06-28 오후 5:45:52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8년 연속 자동차생산 세계 5위를 기록하며 눈부신 발전을 이어온 국내 자동차 산업이 대내외 리스크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강화함은 물론 현장의 경쟁력 향상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Korea Automotive Research Institute)는 지난 27일 ‘CEO Report-국내 자동차산업 5대 리스크’ 보고서를 통해 인구구조의 변화와 가계부채 확대, 수요 정체와 판매 악화, 수입차 공세, 원고엔저 등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약화 요인들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자동차생산 456만대, 수출 718억달러 등의 성과를 거두며, 세계 5위의 자동차 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이 맞물리면서 자동차 수요는 물론 생산 확대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인구비중 변화 및 베이비붐 세대 차급 선택 구조.(자료제공=통계청,KARI)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하면서 소득 감소 등으로 자동차 구매가 줄어들 전망이다. 사실상 이들은 경제활동의 주체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주도해왔다. 이와 함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최근 젊은층의 제조업 취업 기피와 맞물리면서 숙련된 인력의 부족을 낳고 있다.
 
959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역시 불안요인으로 지적됐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꽁꽁 얼어 붙으면서 국내 자동차 판매에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경기가 붕괴하면서 2002년 465조원에서 지난해 959조원으로 10년 새 무려 2배 이상 폭증됐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예고한 직후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 자금의 이탈은 물론 가계 이자와 원금 상환 압박으로 국내 자동차 판매는 더욱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소형차와 SUV 중심의 ‘판매 구성(Sales mix)’도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경차의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17%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SUV는 7년만에 최대 차급의 지위를 탈환했다.
 
반면 중형차와 대형차의 수요 이탈이 지속되면서 판매 감소와 실적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국내 자동차 판매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했던 준중형·중형차는 지난 2011년부터 감소세로 진입, 올해 1~5월까지 점유율 35% 수준으로 추락했다. 실제 준중형과 중형승용 중심의 라인업을 갖춘 르노삼성의 경우 시장 대응이 미흡해 실적 악화를 초래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 증가 추이.(자료제공=수입차협회,KARI)
 
여기에 수입차는 FTA 발효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제고, 다양한 신차 출시, 구매에 대한 심리적 장벽 약화 등에 힘입어 판매가 중소형 모델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국산 완성차가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환율 상황도 큰 문제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원고엔저의 환율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신흥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의 공세는 강화될 것이 불가피해졌다. 직접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업체의 수익성 악화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탈리아 자동차업체의 점유율 추이.(자료제공=IHS Automotive,KARI)
 
전문가들은 1990년대 이탈리아와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위기극복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와 함께 노사정의 상호 생산적이고 협력적이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일본과 독일은 2000년대 중반 노사정 협의를 통한 노동시장 개혁을 단행해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생산 경쟁력을 강화했다. 반면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은 경직적 노사관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자동차 산업 기반이 붕괴되고 말았다.
 
강동완 KARI 연구위원은 “이탈리아와 일본은 90년대 자국시장의 방어 실패와 생산기반 악화, 장기 경기침체와 고령화로 자동차 판매 감소와 경쟁력 약화가 빠르게 진행됐다”면서 “(같은 어려움에 처했지만)일본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현지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리스크 요인 해소를 위해 정부와 기업, 노조 3자 간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 변화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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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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