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구자철이 이야기하는 홍명보의 '한국형 전술'

입력 : 2013-07-01 오후 2:59:15
◇구자철이 1일 오후 1시 독일 출국 직전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인천국제공항=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홍명보 A대표팀 감독과 2009 이집트 20세 이하(U-20) 월드컵,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런던올림픽 등을 연이어 함께 치르며 '홍명보의 황태자'로도 불리는 구자철이 1일 소속팀의 훈련에 맞춰 독일로 출국하며 홍명보 감독의 '한국형 전술'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구자철은 1일 오후 1시 인천공항을 통해 소속팀 볼프스부르크로 향했다. 볼프스부르크가 2일부터 스위스 전지훈련을 떠나기 때문이다.
 
구자철은 출국 직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6월24일 A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홍명보 감독에 대해 묻는 질문에 답했다. 구자철은 예상과 달리 상당히 자세하게 답변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대표팀 감독이 된 것을 기사를 보고 알았다"면서 "소속팀에서 더 발전된 모습으로 성실하게 준비해 대표팀에 선발되도록 하겠다. 만약 선발될 경우 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활약으로 보답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앞서 홍 감독은 지난달 25일 파주NFC(국가대표축구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대표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스페인 선수도, 독일 선수도 아니다. 그래서 스페인 축구, 독일 축구도 아닌 '한국의 전술'이 필요하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잘 하는, 우리 선수들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전술을 준비해 2014 브라질월드컵을 대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국의 축구'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이 커졌다.
 
홍 감독의 한국형 전술은 런던올림픽 당시에 적용될 전술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포백 밸런스를 유지한 상황에서 전방위 압박을 쓰고, 볼점유율을 높이는 한국형 압박 축구를 뜻한다. 다만 이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홍 감독을 오랫동안 접하며 가장 잘 아는 선수로 손꼽히는 구자철에게 '한국형 전술'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레 나왔다.
 
구자철은 "한국 선수들만 보유한 장점이 뚜렷하다"며 "한국 선수들은 문화적으로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특장점이 있다. 경기장 안에서 융화돼 하나되는 팀원들간의 끈끈함과 조직적인 면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하나로 뭉치면 세계 대회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런던 올림픽 때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됐던 데 대해 “홍 감독님이 올림픽을 앞두고 처음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생각했다가 공격적인 측면이 발전되며 생각을 바꾸셨다고 말했다"며 "감독님께서 장점을 살려서 공격적 역할을 맡겼고 그 장점을 살리도록 노력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볼을 잘 잇고 득점찬스가 생기면 과감히 해결해주길 바랬다. 난 누군가의 믿음을 받으면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구자철은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강점과 인격적 지도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선 "로테이션에 변화를 잘 주신다. 다만 무작정 선수들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해 서로 공간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공격을 풀도록 한다. 이로써 타이밍, 스피드, 공간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 "수비적인 면에서는 최대한 압박해 공을 빨리 뺏는게 1차 목표다. 공을 뺏기더라도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며 "최대한 빠르게 상대방을 압박해 공을 빼앗는 것을 목표로 끊임없이 훈련을 진행했다. 그리고 공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며 공을 관리하는 훈련에도 중점을 뒀다. 물론 A대표팀에서는 더욱 강한 선수들과 팀들을 상대한다. 하지만 감독님은 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했을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홍 감독을 처음 접하는 선수는 어떤 축구를 잘 해야 하냐는 질문에 "내가 국내 선수에게 조언할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홍 감독님이 이제 A대표팀에 맞는 팀 컬러와 전술을 연구할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예전보다 더 발전하고 더 성실하게 해야 대표팀에 다시 들어갈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의 지도 철학울 묻는 질문에는 "이미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된 것처럼 감독님은 팀을 우선으로 여긴다. 그리고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강조하신다"라고 답변했다.
 
또한 선수들 모두 겸손한 마음을 갖고 생활을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경기장 안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길 원한다"며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들의 작은 것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쓰시며 역할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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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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