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지난해부터 중국의 내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제품을 기하급수적으로 쏟아내면서 그동안 '안드로이드의 제왕'으로 군림해온
삼성전자(005930)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화웨이, ZTE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규모의 수많은 제조업체들이 일제히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중저가형 스마트폰을 생산해 출시하면서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2일 포춘 등 주요 외신들은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조사 결과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 수준에 고정돼 있는 반면, 중국 내 제조업체들의 점유율이 25%까지 상승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5%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투자자문업체 니드햄 앤 컴퍼니(Needham & Co.) 찰리 울프 애널리스트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디바이스 제조업체 중 중국에 소재한 기업들이 피처폰과 비슷한 수준의 저가형 스마트폰을 생산하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드로이드 OS 확산의 ‘최대 공로자’이자 ‘최대 수혜자’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안드로이드 진영 내 비중이 축소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여전히 상승 곡선을 나타내고 있지만, 성장세가 지난해보다 현격하게 둔화된 상황이며 전략 신제품 갤럭시S4의 폭발력도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 내에 수많은 '카피캣'의 공세에 중국 시장 공략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HTC, 소니, LG전자 등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제조사들의 비중도 중국산 업체들의 약진에 밀려 여전히 5% 수준에 머물러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폰 시장에서 단말기를 판매하는 주체는 결과적으로 이동통신사"라며 "그만큼 제조사와 통신사의 파트너십이 중요한데 삼성전자는 현지 업체들 못지않은 파트너십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안드로이드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일 세계 최대 소비자패널 리서치기관인 칸타월드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5개 국가에서 안드로이드 OS 기반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또 미국 시장에서도 안드로이드 OS가 최근 3개월간 점유율 52%를 차지하며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지난 3월말 49.3%였던 점유율이 2.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애플은 최근 미국 4위 통신사인 T모바일과 아이폰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지난 3월말 대비 3.5%포인트 증가한 41.9%를 기록했다.
반면 안드로이드와 iOS 양강 체제에서 도약을 노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입지도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MS는 사용자 확보를 위해 저가형 시장을 공략해나가고 있지만 이처럼 중국산 업체들이 ‘파죽지세’로 안드로이드 기기를 확산시켜나간다면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HDC에서 판매중인 'HDC 갤럭시S4'(왼쪽)와 'HDC 갤럭시S3'. 해당 제품들은 현지에서 한화로 20만~30만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HDC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