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국토부의 유토피아..현실은 달랐다

행복주택·목돈안드는전세제도.."꿈같은 이야기"

입력 : 2013-07-03 오전 11:31:21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국토교통부가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주거복지 유토피아'는 진정 이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지금껏 본적 없는 최고의 임대주택을 짓고, 전세세입자는 돈 걱정없이 원하는 전셋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책에서나 볼 법한 제도가 세상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의기투합해 교수 출신 국토교통부 장관이 만든 임대주택 정책인 행복주택과 목돈안드는 전세제도가 바로 그 대표적인 연구의 산물인데요.
 
하지만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상향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차가운 눈초리를 피하느라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달랐던거죠.
 
행복주택은 발표한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만 확인한 채 수정에 들어갔습니다.
 
국토부는 철통 보안 속에 각기 다른 테마를 가진 총 7곳의 시범지구를 야심차게 공개했습니다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격분에 결국 백기 투항하고 말았습니다.
 
서울 강남 도심, 그것도 초역세권에 인근 시세 3분의2 수준의 임대료로 젊은 수요자를 입주시키겠다는, 그래서 활기 넘치는 임대주택단지를 만들겠다는 국토부의 생각은 이상적었습니다.
 
외딴 곳에 자리하거나 노인 혹은 영세민 집단 주거지로 생기가 부족한 단지라는 부정적 인식을 날려버릴 수 있는 유토피아였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공청회를 열고 이 계획을 공유하려 했지만 집값하락, 교통대란, 과밀학급유발이라는 현실의 벽에 막혀 제대로 설명조차 못해봤습니다.
 
결국 현실이란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국토부는 행복주택의 칼자루를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국토부는 지난 1일 행복주택 후보지를 결정할 때 지방자치단체가 제안한 곳을 우선 지정하는 '제안형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행복주택 발표 당시 현장(사진=한승수)
 
하반기에는 정부가 내놓은 또 하나의 이상향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바로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인데요.
 
이를 위해 최근 조세특례제한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습니다.
 
우선 집주인이 주택을 담보로 전세보증금을 대출받고 임차인이 이자를 상환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또 세입자가 보증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이 이를 우선 변제해주고 추후 집주인으로부터 상환받도록 했습니다.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으로 세입자가 가진 반환청구권을 금융권에 넘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멀찌감치 앞서 달리는 전셋값 상승속도를 따라갈 수 있게 됩니다. 은행에 이자를 내지만 월세보다는 훨씬 쌉니다. 보증금을 떼일 위험도 없습니다. 벌써 몇 년째 전세난에 시달리던 세입자들은 귀가 솔깃할 수 밖에 없어 보이네요.
 
그러나 이역시 현실의 벽이 높습니다.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발표 이후 집주인과 세입자에게 전세 물건을 직접 알선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사는 현장 중개업자들은 혀를 찼습니다. 집주인은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만들어진 정책이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는데요.
 
가만히 있어도 세입자가 줄을 서서 오는데 굳이 은행에 대출까지 받는 수고를 감수 하며 세입자를 모실 이유가 전혀 없다는 거죠.
 
한 중개업자는 "개인의 신용대출인 전세대출 세입자도 안받겠다는 집주인들이 대부분인데 담보로 설정된 전세대출을 안은 세입자를 받겠습니까"라며 답답한 표정으로 되묻기도 했습니다.
 
가뜩이나 집이 팔리지도 않는데 권리관계가 복잡해지면 악성 매물로 분류될 수 있는 위험까지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네요.
 
새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현장 관계자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국민 주택 관리 수장인 국토부 장관에게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주문도 많습니다.
 
"가치에 투자하는 매매는 경제 원리를 통해 답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오늘 당장 등을 기댈 곳을 찾는 사람들이 모이는 전세는 현장을 모르고서는 답을 낼 수 없습니다. 워낙 박식하고 힘이 있으신 분이니 낮은 곳으로 내려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현장에 할애한다면 좋은 결실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힘들다는 말로는 모자란 요즘.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는 옛말 생각말고 정말 먹기 좋은 떡을 만들어 내는 투박한 마음이 필요한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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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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