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과징금제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공정위가 담합행위에 부과한 과징금 보다 감경액이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일 펴낸 '2012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해 24건의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한 기업을 적발해냈고 위원회는 이들 기업에 총 1조750억원 규모의 기본과징금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 과징금은 이후 조정단계에서 6761억원이 감경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의결서를 검토한 결과 공정위는 여러가지 감경항목을 두거나 감경률을 50%까지 설정하고 있다"며 "공정위는 과징금 고시의 제도 개선을 통해 과징금 감경액과 감경률을 낮추어 과징금의 행정 제재적 성격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정위는 법 위반 업체의 상태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정상참작'이 가능하면 과징금을 면제하거나 감면해줄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단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예컨대 공정거래법 시행령과 고시 등이 규정한 '수요의 급격한 또는 지속적 감소'나 '시장 또는 산업 여건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거나 받은 경우' 등이 어느 수준을 가리키는 것인지 명확치 않다보니 매번 공정위 재량에 맡기는 한계가 나온다는 지적이다.
감경률 자체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많다.
심지어 기업 입장에선 '리니언시제도(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잘만 이용하면 과징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지난달 한국유리공업과 KCC는 각각 100~2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소송결과에 따라 한쪽은 과징금을 한푼도 물지 않을 수 있다.
리니언시제도는 담합행위를 제일 처음 신고한 업체에 과징금 전액을 감면해주는 것으로, 한국유리공업과 KCC는 누가 먼저 담합을 신고했는지를 놓고 현재 법정에서 다툼 중이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과징금제도를 문제삼는 목소리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이번 보고서가 처음이 아니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해마다 부과해온 과징금 액수가 법 위반 사업장 매출액의 1~2%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참여연대가 2011년 가격 담합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내역을 조사한 결과 법 위반 사업자의 매출은 23조, 과징금은 4692억원에 그쳤다.
이러다보니 기업 입장에선 담합하다 적발되도 크게 손해볼 것 없다는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적처럼 과징금 감경률을 낮추고 감경기준도 객관화 하는 식으로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지만 이에 더해 별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소비자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법 위반 자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흥배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간사는 "담합에 따른 이익이 과징금 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담합에 참가할 유인을 사전에 억제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행정적 규제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고 집단소송제 도입 등으로 민사소송형태의 제재를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