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화유동성이 작년 하반기에 비해 호전됐다는 점에는 전문가들도 거의 이견이 없다. 당국의 대규모 달러 공급으로 당장 시급한 달러수요가 어느정도 충족됐고 최근에는 국책은행들도 해외 차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는 만큼 외화유동성이 갑작스럽게 악화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외환시장 여전히 불안하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당국이 막대한 외화유동성을 공급한 덕분에 국내 외화유동성은 현재까지 개선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금융센터의 김용준 부장은 "수출입은행이 장기 5년 만기로 차입에 성공했고 다른 시중은행도 발행을 계획하는 등 외화유동성 우려가 완화됐다"며 "그동안 풀렸던 외화자금들의 상환 일정이 돌아오지만 당국이 만기를 연장해줄 것으로 시장에서는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최근 환율, 주가 등 금융지표가 안 좋아졌지만 이는 미국시장 영향에 따른 것으로 대내적인 외화유동성은 개선되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도 "장기적으로 달러유동성은 개선될 것"이라며 "월별 계절적인 요소를 제거하면 전체적으로 무역수지가 흑자를 보일 것이고, 외채도 주로 수출업체의 환 헤지와 연계된 것이어서 수출대금으로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들어 은행간의 외환거래량은 40억~ 60억 달러로 평상 수준인 80억~ 100억 달러에 못 미치고 있다"며 "아직은 외부로부터의 달러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도 "경상수지 흑자 전환과 정부의 지원 등으로 외환 수급의 불균형은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거래량 감소와 변동폭 확대 등 여전히 정상화가 필요한 부문이 남아 있다"며 "전체적으로 수급 여건은 개선되겠지만 유동성 경색이 해소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연초 미국의 주가가 오르면서 금융시장에 과도한 기대감이 생겼다가 최근 며칠간 `제2의 충격'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이 형성됐다"며 "작년 9~ 10월과 같은 상태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상반기까지는 들쭉날쭉한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안전판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위기가 재발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지면서 외화유동성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의 취약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주요 국가와의 통화스와프 한도를 늘리는 등 `안전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준 부장은 "외화유동성과 관련해 문제가 될 수 있다면 최근의 악화된 금융지표보다는 리먼 파산처럼 대형 금융기관의 도산으로 다시 신용경색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표한형 연구위원은 "국내외 경기침체로 금융기관 부실이 확대되는 위험요인이 있다"며 "구조조정의 불확실성 등으로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해외 자금조달이 쉽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외환시장이 가장 불안했을 때는 미국과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외화유동성이 부족해지는 상황"이라며 "다음달 실적시즌에 미국과 유럽계 기업의 실적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 연구위원은 "통화스와프를 확대하고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또는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기 실장은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국내 위험요인들을 선제적으로 없애나가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아울러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외환보유액이 소진되지 않도록 미국, 중국,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를 늘리고 기간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