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도 세금으로 잡는다..탄소세 도입 잰걸음

입력 : 2013-07-05 오후 5:45:08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고 기후변화 대처에 쓰이는 비용 충당을 위해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환경부와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자료를 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억3900만톤으로 세계 7위였다. 특히 국내 전기공급의 30%를 석탄화력발전이 차지하는데다 제철과 중공업 시설이 많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자료제공=기후변화행동연구소)
 
반면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미흡하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관계자는 "이산화탄소 배출규모는 물론 배출량 순위도 세계 상위권"이라며 "2011년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노력은 전체 58개국 중 41위였다"고 설명했다.
 
물론 정부는 2015년에 탄소배출거래권제를 도입할 예정이며,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10일 "전 세계적으로 녹색 패러다임의 전환이 중요하다"며 "탄소에 대한 보조금이나 세제 등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등이 1990년대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정책적으로 지원한데 비하면 20여년이나 늦다. 현재 운용중인 교통환경에너지세나 도입 예정인 탄소배출거래권제도 이산화탄소 사용을 직접 규제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후변화 피해등급에 따른 국가지도(자료제공=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에 석탄화석연료에 직접세를 붙여서 탄소사용을 규제하면서 세수도 확보해 환경보호 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는 탄소세가 주목받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세 장점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은 전기가 그냥 만들어지는 줄 알지만 사실은 엄청난 규모의 석탄연료에서 나온다"며 "탄소세 도입은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전력수요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도 "탄소세를 도입한 유럽은 석탄화석연료 사용이 연평균 10% 정도 줄고 세수는 연 5조원 이상 확보됐다"며 "탄소배출거래권제와 연계하는 등 조세체계 개편과 함께 논의하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탄소세는 국회서도 도입논의가 활발하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달 탄소세 도입 공청회를 열었으며, 같은 당 박원석 의원은 아예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모든 자원에 '기후정의세'를 붙여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는 탄소세 도입에 따라 석탄화석 연료 사용이 제한되면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대체에너지 도입 등 정책적 대안 없이 갑자기 자원을 쓰지 말라는 격"이라며 "탄소배출거래권제와 연계되면 이중과세의 문제도 있고 덴마크 등에서는 탄소세가 시작되면서 기업이 공장 가동을 중단해 고용도 줄었다"고 말했다.
 
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쉬운 산업계와 달리 가정은 작은 세금에도 가계 소득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역진세 문제도 논란거리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탄소세 도입 취지를 홍보하며 산업계를 설득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탄소세 수입을 기업의 환경연구지원금으로 지원하거나 탄소세를 일정 비율 이상 부담한 기업은 법인세 등을 감액하는 방법도 있다"며 "정부가 산업계를 설득해 온실가스 감축 취지에 동참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탄소배출권제에 따른 이중과세 논란이나 역진세 문제는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결함"이라며 "이 자체가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의 의의를 훼손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아직 탄소세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를 하지 않지만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다양한 세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탄소세 도입에 대한 중장기적 방향을 마련할 수 있다"며 "탄소세 운용에 적극 동참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산업별, 지역별 도입시기와 비율을 다르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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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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