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최근 전력위기 해결을 위해 각종 절전운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산업용 자가발전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가정용보다 산업용 전기 소비량이 많고 전기요금도 더 싼 상황에서 산업계의 자발적 전력수급 노력과 이를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3일 에너지관리공단과
한국전력(015760) 등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산업용 전력수요는 우리나라 전체 수요의 60%(가정용 14%)를 차지했다. 또 산업용 전기요금은 전기 원가의 85%(㎾h당 90원)로 책정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110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국가별 산업용 전기요금 비교(2012년 기준)(자료제공=한국전력)
이에 따라 전력위기의 주범인 산업계가 자가발전을 통해 전력공급 자체적으로 충당하고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산업계의 자가발전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KT(030200)는 지난해 동계 절전대책 기간 중 자가발전 시스템을 가동해 11만7000㎾h를 자체 충당했다.
포스코(005490)도 제철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회수해 총 전력수요의 70% 정도를 충당하며,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연 260만㎾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2011년 기준으로 전력수요의 22.6%(6000만㎾)를 자가발전으로 부담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4%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2001년의 9%에서 절반이나 줄었다. 산업계가 자가발전을 하도록 할만한 유인책이 없어서다.
◇일본의 산업용 자가발전 시스템(사진제공=도요타자동차)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싼데다 자가발전 시스템은 초기 구축비용이 많이 들어기 때문에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동기가 크지 않다"며 "전기요금을 대폭 올리거나 정부가 자가발전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쥐어짜기식 절전대책이나 발전소 증설 등의 전력대책에서 벗어나 산업계의 자가발전을 활성화해 전력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산업용 자가발전을 아예 소매용으로 거래할 수 있게 특정규모 전기사업자(PPS) 제도를 만들고 최근에는 자가발전 지원제도도 도입했다"며 "공공 전기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 자가발전을 활성화하고 잉여전력을 사고 파는 등의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에경원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에 자가발전 시스템 설계비와 설치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전력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자가발전에 따른 이득이 비용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에 정부는 비용을 아끼지 말고 적극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산업용 자가발전 도입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정책 마련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도 자가발전에 관심이 많지만 아직 구체적인 검토는 못 하고 있다"며 "자가발전을 법으로 강제할 것인지, 전기요금을 올려 자발적으로 유도할 것인지,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할 것인지 충분한 사전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