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남북이 지난 6~7일 당국간 실무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설비 점검과 완제품 반출 등을 위한 우리측 입주기업 관계자들의 방북에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 4월3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남쪽 근로자들의 공단 출입을 제한하면서 3개월 이상 지속된 개성공단 운영중단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남북은 실무회담 합의문에서 장마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남측 기업 관계자들이 10일부터 개성공단을 방문해 설비점검과 정비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남측 기업들이 완제품 및 원부자재를 반출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설비 점검과 물자 반출을 위해 개성공단을 출입하는 남측 관계자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남북이 핵심 쟁점으로 대립했던 '공단 정상화' 문제는 오는 10일 당국간 후속 협상을 열고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북측은 이번 실무협상 과정에서 공단 운영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있는 입장 표명과 재발방지책을 원하는 우리측 요구에 대해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대신 기업들의 장마 대책과 개성공단의 조속한 재가동 문제를 논의하는 데 집중했다.
이에 따라 첫 만남에서 합의점을 도출해 낸 1차 실무회담과 달리 10일 예정된 남북 후속 회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서는 북측의 태도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강경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성공단 실무협상이 타결된 것과 관련, "일단 논의의 장이 열려있다고 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발전적인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간 초보적인 수준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통일부 역시 가동중단 재발방지 등을 위한 남북간 후속회담 합의 등 향후 발전적 정상화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남북 합의서에 명시된 '준비되는데 따른 개성공단 기업 재가동'은 공단 재가동에 대한 원칙적 합의일 뿐이며, 단순히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공단 정상화에 대한 성급한 기대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태도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간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는 등 조건과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면서 "설비를 점검한다고 해서 바로 재가동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남북이 후속 실무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운영중단 사태의 책임 소재와 재발방지책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성공단 정상화 여부에 따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남북 경협사업 확대 등 양측의 관계개선을 위한 후속조치도 가능해질 것이란 점에서 후속 회담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