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아시아나 항공기 활주로 충돌 사고와 관련해 다양한 원인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정황상 조종사의 운행 미숙으로 무게추가 쏠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는 블랙박스 확인 등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은 삼갈 것을 당부했다. 확실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2개월에서 2년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다.
8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미국 NTSB(국가교통안전위원회)에서 블랙박스 예비해독 결과는 객관적 데이터라고 생각이 된다"라면서도 "하지만 조종사의 과실로 단정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실여부에 대해서는 블랙박스 자료 등을 비교한 다음에 정확한 자료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NTSB은 브리핑을 통해 블랙박스 예비해독 결과 조정사가 착륙 1.5초 전 상승을 시도하고, 통상적인 착륙속도보다 낮았다는 점을 들며 조정사의 과실을 시사한 바 있다.
국토부는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조종사 운행 미숙으로 속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이강국 부기장은 기종전환을 위한 관숙비행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부기장은 A320, B737 기종에 대한 기장 자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고기종인 B777은 경험치를 충족하지 못해 기장 자격이 없었다.
새로운 기종에 대한 기장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20회의 이착륙 경험 또는 10회의 이착륙과 60시간 이상 비팽 경험이 필요하지만, 사고 직전까지 이 부기장은 43시간의 비행시간과 9번의 착륙을 경험했다.
사고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활주로는 사고기로는 첫 착륙 시도였다. B777기종을 3220시간 운행한 이정민 기장은 교관 역할을 했다.
◇최정호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장 브리핑 현장(사진=한승수)
또 국토부에 따르면 활공각장치가 고장나 8월22일까지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항공 고시보에 공지 된 상태였으며, 다른 계기 비행 장치로 착륙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한국과 미국 합동 조사단은 조정사와 관제사 등에 대한 합동면담을 9일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우리 조사단은 센프란시스코 도착 직후 조종사에 대한 단독 면담을 진행 했다.
최 실장은 "(조정 미숙으로) 추정될 수 있지만 팩트 파인딩이 아주 일부만 있기 때문에 몰아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고기 블랙박스는 워싱턴 NTSB 본부로 수송됐으며, 국토부는 블랙박스 전문 조사원 2명을 9일 미국으로 파견할 예정이다. 블랙박스 분석은 빠르면 1년에서 길게는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당장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는 힘들지만, 조종사와 관제인력 면담 등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과 과실이 어느정도 들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최 실장은 "사고 조사 기간은 정황에 대한 관계자 면담, 블랙박스 해독, 관계 당사국 간의 협의 때문에 통상 1년에서 길게는 3년이 걸린다"면서 "조정사 과실이냐 아니냐, 기체결함이냐 이런 말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은 객관적인 데이터상 항공기가 어느 속도로 어떤 상황에서 착륙을 시도했고, 어떤 상황에서 충돌이 일어났느냐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만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