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해 중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던 한국 조선업이 반년 만에 1위 탈환에 성공했다.
예상보다 선가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수주량만큼 금액이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고부가 해양플랜트 수주가 늘고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선가 회복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 전망도 밝아졌다.
8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는 올 상반기 선박 184척(599만4789CGT)을 수주했다. 금액으로는 184억8600만달러 규모다.
수주금액 측면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 150억5000만달러(119척, 373만CGT)에 비해 22.8% 증가했고, 수주량만 놓고 봤을 때는 증가율이 60%에 이른다.
첨단기술을 요하지 않는 상선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도 상반기 수주량이 급증했다. 중국은 104억9100만달러 규모의 선박 347척(657만CGT)을 수주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주금액은 21.5%, CGT 기준으로는 71.3% 증가하는 등 큰 폭의 신장세를 기록했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등 고가 선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수주금액 측면에서 밀렸다.
특히 클락슨의 이번 통계가 국내 조선소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해양플랜트 분야가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이를 포함할 경우 중국과의 수주금액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본은 총 37억8900만달러(94척, 214만35CGT)를 수주해 전년 동기 43억5500만달러(144척·270만6천238CGT)에 비해 13% 가량 감소했다.
한편 올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총 749척, 1666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6.4%, 40% 가량 증가했고, 수주잔량은 9017만CGT를 기록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우선 일각에서는 전세계 발주량이 증가하고 선가가 회복세에 있는 점을 고려해 장기 불황에 빠진 조선업의 회복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올 상반기 90척(366만CGT)의 컨테이너선이 발주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30척. 73만CGT)에 비해 수량으로는 3배, CGT로는 5배가 증가한 수치다. 컨테이너선은 해운업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선종으로, 시장에서는 컨테이너선 운임 회복은 곧 해운업의 회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최근 들어 아프라막스급 유조선과 케이프사이즈급 벌크선, 포스트파나막스급 대형 컨테이너선 등 주요 선종의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조선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 들었다는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저가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침체기가 길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여전히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조선소 설비 확장이 대폭 이뤄진 상황에서 발주량이 급감하면서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조선소들이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올 상반기 수주잔량은 9017만CGT로, 지난 2005년 2월 9347만CGT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요 선종별로 선가가 회복되고 있지만 대형 조선사들을 중심으로 빈 도크를 채워 넣는 일이 중요해지면서 수주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주장이다.
아울러 장기간 불황으로 각국 중소 조선사들이 문을 닫는 가운데 대형 조선소들이 중소조선소 물량까지 '제살 깎아먹기'식 수주를 감행하면서 수익성은 점차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정적 전망의 주된 근거다.
전망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결국 누가 옳았는지는 연말 실적이 답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