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국정조사에 대해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을 밝히고 개혁 방안을 찾는 기회로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국정조사를 반대했던 사람들이다. 국정원 국정조사를 대하는 새누리당의 실제 본심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셈이다.
국정조사에 별 의지가 없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새누리당은 8일 첫 번째 칼을 빼들었다.
이철우•정문헌 의원이 특위를 사퇴하면서 민주당 소속 특위위원인 김현•진선미 의원도 사퇴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김현•진선미 의원은 민주당 특위위원 중에서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의원들로 평가 받고 있다.
일단 두 의원들을 국정조사에서 배제하는 것만으로도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부담을 더는 셈이다.
이철우•정문헌 의원들도 국정조사 특위에서 빠지는 것이 그리 아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 출신이다. 국정원이 친정인 이 의원이 국정조사에서 국정원의 치부를 파헤치는 역할을 맡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정문헌 의원은 국정원 대화록 내용을 폭로해 노무현 전 대통령 NLL포기 논란을 일으킨 또 장본인이다.
이번 국정조사 조사에서 국정원의 NLL대화록 공개 문제도 논란이 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정문헌 의원에게도 여론의 시선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특위 위원이 증인 취급을 받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국정조사에서 안이한 질문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기 보다는 김현•진선미 의원을 끌어안고 특위에서 나가는 편이 실제로는 두 의원들에게 더 이득인 셈이다.
새누리당의 남은 특위 위원들, 권성동•김태흠•김재원•김진태 의원 등도 국정조사의 발목을 잡을 '마음가짐'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사건을 국정조사하기로 한 전임 원내대표들간 합의는 국회법 위반이다”라며 국정원 국정조사를 강력 반대했다.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인 김태흠 의원 역시 권 의원의 주장과 비슷하게 “3월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는 졸속합의다. 당시 국회법과 국정조사 관련법을 제대로 보지 않고 양쪽이 정치적으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의원은 서상기 의원이 노 전 대통령 NLL 포기 논란을 다시 제기했을 때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NLL포기 관련 국정조사를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와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한 전형적인 물타기였다.
김진태 의원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자체를 부정한 바 있다.
그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국정원이 적법하게 종북세력에 대한 대응활동, 대북심리전을 하는 과정에서 대선 당시 야권 후보에게 좀 불리하게 작용한 것을 선거법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라며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검찰 수사에 불만을 나타냈다.
윤재옥 의원 역시 국정원 댓글 사건 부실수사 발표를 한 경찰 출신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가 가결될 때 반대표를 던진 몇 안되는 의원들 중 한명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세에 몰린 일본은 폭탄 비행기로 미군함에 돌진하는 ‘가미카제’ 작전을 실행했다.
‘국정조사’를 침몰시키고 위기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려는 새누리당 특위에서 ‘가미카제’ 특공대의 모습이 얼핏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