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정부가 한·EU FTA 발효에 앞서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 축산분야에 각종 보완대책을 내놨지만 이행실적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FTA 보완대책으로 분류된 사업 일부는 신규사업을 확충한 게 아니라 기존사업 예산을 FTA 대책으로 재분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내용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8일 발간한 '2012회계연도 재정사업 성과평가'에서 지적된 것으로, 이번 자료는 FTA에 대한 찬반이나 대책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한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가운데 향후 농정에 시사점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2012회계연도 재정사업 성과평가'에 따르면 정부는 품목별 경쟁력 제고 대책 일환으로 '축사시설 현대화사업'과 '쇠고기 생산성 향상사업'을 계획했지만 두 사업 모두 집행이 부진하고 성과관리가 부실한 문제가 나타났다.
특히 예산집행률이 두 사업 모두 50%에 미치지 못했다.
자료에 따르면 '축사시설 현대화사업'은 2012년 예산현액 4931억원 가운데 43.7%인 2157억윈이 집행됐고 56.3%인 2775억원은 불용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에 대해 "실제 수요에 대해 계획을 수립하기 보다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원 수요를 좀 더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자금 지원이 현장의 농업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우사육컨설팅사업, 초음파측정사업, 육우고기 우수성홍보사업 등으로 구성된 '쇠고기 생산성 향상사업'은 예산집행률이 2010년 33.8%, 2011년 28%, 2012년 38%로 지난해뿐 아니라 매년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애초 기획과 동떨어진 사업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평가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쇠고기 생산성 향상사업은 생산비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제고하는 목적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육우 우수성 홍보 지원 사업의 경우 홍보성 경비의 성격이 커 사업목적과 사업내용이 부합하지 않은 면이 있다"며 "홍보성 경비는 유사한 성격의 사업으로 통합하는 등 사업의 재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제공: 국회 예산정책처
'친환경농업 직접지불사업'과 '경영 이양 직접지불사업'도 예산집행률이 70~90%로 목표치에 미달한 사업으로 꼽혔다.
두 사업은 친환경 농업기반 구축, 영농 규모화로 농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추진된 것으로 예산의 이월과 불용이 반복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친환경농업 직접지불사업'에 대해 "매년 발생하는 예산의 이월과 불용의 주원인은 직접지불단가가 낮고 지급기간이 짧아 친환경농업을 수행하는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기에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예산을 편성할 때 친환경인증면적 증가율, 저농약 인증감소율 등을 고려해 신청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이행점검 부적격 예상비율 등을 감안한 예산편성으로 이월액과 불용액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FTA 보완 대책 자체가 과장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현 대책은 신규사업 확충보다는 다수의 기존사업 예산을 FTA 대책으로 재분류하고 있다"며 "한·미 FTA 보완대책의 경우 2012년 85개 사업 중 2008년 이후 신규 사업은 60개이고, 45개 사업은 기존에 수행하던 사업이며 20개 사업은 통폐합됐다"고 지적했다.
또 2013년 한·미 FTA와 한·EU FTA 대책사업의 경우 21개는 중복사업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예산 정책처는 "두 대책이 통합되지 않을 경우 전체 FTA 투·융자규모나 예산이 중복으로 인해 실적이 과대 포장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FTA로 인한 피해를 면밀히 분석하여 농어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 사업으로 전환해 나가고 FTA와의 관련성이 적은 사업, 성과가 부진한 사업 등은 일차적으로 재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료제공: 국회 예산정책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