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 상품이 늦어도 다음달 중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강하게 상품 출시를 독려하면서 은행들은 8월중 마지못해(?)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국민·신한·하나·기업·농협은행 등 국민주택기금 수탁은행 6곳과 국토교통부는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 Ⅰ, Ⅱ 상품 출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주 1차 실무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의 취지 등을 설명하고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상품개발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주택기금 전세대출 상품처럼 은행들이 공동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출시되는 상품인 만큼 상품 구조는 은행 공통으로 하되 금리, 부가서비스 등은 은행 자율에 맡기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상품은 무주택 서민들의 전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최근 조세특례제한법,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관련 법률 개정안이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은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Ⅰ)과 임차보증금 청구권 양도 방식(Ⅱ)으로 나뉜다.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은 집주인이 최대 5000만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대신 세입자는 집주인의 대출이자를 은행에 납부하고 집주인은 전세보증금 소득세 면제 및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을 받는다.
임차보증금 청구권 양도 방식은 세입자가 임차보증금 청구권을 금융회사에 넘기고 금융회사의 우선변제권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 경우 전세보증금이 담보가 돼 세입자는 기존보다 낮은 금리로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현재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 상품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상품 요건이 명쾌하지 않아 중간 실무협의가 필요하다"며 "이번주 한 차례 더 실무자 논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주 실무 협의와 관계부처 법리해석 등을 거쳐 이달 안에 상품 개발을 마치고 8월까지는 상품 출시를 마친다는 것.
그는 "시행 시기는 은행마다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가을 이사철 수요가 있으니 늦어도 8월 안으로 상품을 출시해 시장 상황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국토부로부터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상품 구성에도 한계가 있다"며 "지침이 정해지면 상품은 출시할 수 있겠지만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전세도 반전세로 돌리는 판국에 세입자의 전세자금을 위해 대신 대출을 받아줄 주인이 있겠냐"며 "집주인에게 재산세 감면, 소득공제 혜택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집주인 담보대출의 경우 세입자가 이자를 연체하면 집주인의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이를 보호할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임차보증금 청구권 양도 방식의 경우에도 세입자가 원리금을 연체해 은행이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경우 은행과 집주인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도 실효성이 낮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부동산 업계도 시민단체도 모두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처음부터 자생력이 없는 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집주인에게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줘야 제도가 굴러간다면 자생력이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전셋값을 낮추려는 근본적인 노력보단 전셋값 상승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전셋값 마련 부담을 낮추려고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서 세입자에게 돈을 빌려주려고하지 않는다면 제도의 의미가 없다"며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이)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제도로 당장 전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서서히 환경을 조성해서 무주택 서민 지원을 위한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