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3월 합의했지만 물타기와 버티기에 겨우겨우 진전..'제척' 논란에 결국 무산 위기

입력 : 2013-07-11 오후 3:46:12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누리당이 김현·진선미 의원 제척을 요구하면서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조사가 암초에 부딪혔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필사적인 모습이다.
 
앞서 지난 3월17일 여야 이한구·박기춘 당시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협상하면서 "18대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국정원 직원의 댓글 의혹과 관련, 검찰수사가 완료된 즉시 관련 사건에 대해 국조를 실시한다"고 합의했다.
 
새누리당은 당시만 해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정권의 정통성을 뒤흔들 만한 사안으로까지 번질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눈치다. 몇몇 극소수 직원의 개인적인 의사표시였던 것으로 해석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다음 날 진선미 의원이 국정원 인트라넷에 게시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건을 공개하면서 국면이 급변했다. 원 전 원장이 정치 개입을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진 의원은 이어 5월15일엔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을 공개하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진 의원에 의해 국정원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튿날부터 추모 분위기를 모욕하는 댓글을 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결국 검찰은 6월14일 원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사상 초유의 국기문란 사태가 확인되자 각계에서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등 상황은 심상치 않게 전개됐다.
 
이 과정을 거치며 몇 달간  새누리당은 야권 및 시민사회의 국정조사 수용 촉구 목소리를 무시한 채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또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전 쏠쏠한 재미를 봤던 NLL 카드를 다시 꺼냈다. 서상기 의원은 6월20일 자신의 의원직까지 걸며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국정원 정국을 회피하려는 시도에 불을 붙였다.
 
새누리당이 촉발시킨 NLL 논란은 국정조사를 늦추고, 대선 개입 사건을 물타기하려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무차별적인 융단폭격에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이 흐려지는 효과는 탁월했다.
 
결국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은 손을 들고 말았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 문 의원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로 인해 국정조사가 다시 탄력을 받았지만 국정조사를 피하기 어려운 다급한 상황에 몰린 국정원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대화록과 발췌본을 스스로 공개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어처구니없이 공개된 대화록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하는 의미의 발언을 하지 않았음이 드러났지만 새누리당은 "사실상 포기"라며 또다시 시간끌기에 나섰다. 국정원 공개의 적법성과 발췌본 왜곡 사실이 확인돼 세간은 더욱 들썩였고 국정조사는 실종됐다.
 
국정조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새누리당과 국정원발(發) NLL 전략이 기가 막히게 적중한 셈이다.
 
그러나 당장의 국정조사를 피하기는 했지만 국정원 국기문란을 비난하는 여론의 질타도 역시 끈질겼다. 결국 6월25일, 6월 임시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일단은' 합의를 하게된다.
 
합의 바로 뒷날 또다른 휘발성 강한 의혹이 터져나왔다. 김무성 의원의 셀프 고백과 권영세 주중대사 음성 녹취록 공개로 인해 박근혜 대선 캠프가 대화록을 이미 대선전에 사전에 입수해 돌려본 정황이 포착된 것.
 
새누리당의 대화록 사전입수 의혹이 급부상하면서 "관권선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점차 거세지기 시작했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한 것도 모자라 대통령기록물을 선거운동에 쓰라고 집권여당에 내줬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국정조사 필요성은 한층 더 커졌다.
 
'일단' 국조에 합의한 새누리당은 이에 '제척' 카드를 선택했다. 새누리당은 김현·진선미 의원이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인권유린으로 검찰에 고발됐으니 국조특위 위원으로 참여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며 국조 흔들기에 돌입했다.
 
 
국조 계획서가 채택된 지난 2일 첫 특위 회의에서 새누리당 위원들은 두 의원 제척을 요구하며 단체로 퇴장해 국정조사 파행 분위기를 감지케 했다. 이철우·정문헌 의원은 위원직까지 내던지며 제척 논란에 군불을 땠다.
 
결국 조사범위 및 증인채택 등 세부계획을 결정키로 한 10일도 국정조사는 제척 문제로 표류했다. 새누리당은 두 의원이 사퇴치 않으면 국조를 할 수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민주당도 양보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에 45일 동안 열기로 한 국정원 국정조사는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눈물겨운' 국정조사 회피 시도가 결실을 볼 수 있을지 향후 전개가 주목된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