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 곧 재개..넘어야 할 `높은산 깊은골`

입력 : 2013-07-17 오후 2:00:08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밀양 송전탑 공사가 곧 재개된다. 정부는 장마가 지나면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가 시간과 비용에 쫓겨 공사를 강행하기보다 국회 권고대로 밀양 주민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전력(015760)에 따르면 밀양 송전탑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5월부터 40일간 운영된 전문가협의체가 공식 활동을 끝냄에 따라 조만간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장맛비가 계속돼 비가 끝나고 지반이 굳어야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문가 협의체는 주민이 요구한 우회송전과 지중화의 기술적 불가능을 지적했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사실상 협의체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공사재개에 대한 명분은 충분하다"며 "그러나 지난번 공사 때 한전이 주민의 협조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는 만큼 우선 소통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3일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직접 밀양 공사현장으로 내려가 주민에게 공사의 필요성을 설득하며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상직 장관이 산업부 장관에 취임한 후 밀양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밀양 765kV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해 밀양을 현장 방문한 자리에서 주민대표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조환익 한전 사장도 가까운 시일 안에 밀양을 방문해 주민에게 공사 진행에 대한 도움을 협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밀양 주민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보상안에 대해서도 정부가 더 신중한 입장과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전은 지난 5월 밀양 농산물 직거래장 개설, 재경(在京) 유학생 기숙사 건립, 특산물 판로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13개 보상안을 냈지만 오히려 주민을 이간질한다는 비난만 샀다. 당장 땅을 잃는데 농산물 직거래장과 기숙사가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주민과의 소통하려는 노력만큼 주민이 억울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재산권 보장 등을 고려한 실질적 보상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전이 경영 마인드로 접근하려는 게 문제"라며 "밀양에 송전탑을 설치해 전력을 공급하면 생기게 될 전기요금 수입을 주민 보상금으로 일부 반환한다거나 법을 바꿔서라도 현실적인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식의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밀양 주민 역시 계속 공사 반대만 주장하기보다 한발 양보하면서 공사의 필요성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견이다.
 
주민이 요구한 765㎸ 송전선 우회송전과 지중화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까지 참여한 전문가협의체에서 한전 원안에 따른 공사재개를 제안한 만큼 이제는 공사에 대한 기본적인 취지에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회 산업위는 지난 11일 권고안을 내면서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와 주민도 전문가 협의체의 의견에 주목해 대승적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송전탑 건설이 계속 늦어지면 올해 말 상업 운전을 시작하는 140만㎾급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가 정상 가동할 수 없게 된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올해 겨울과 내년 여름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셈이다.
 
또 신고리 원전에서 경남 창녕군 변전소까지 설치될 송전탑 161기 중 109기는 이미 건설됐지만 밀양에 들어설 송전탑 52기만 공사가 멈췄다. 다른 지역은 송전탑 설치에 동의했는데 밀양만 반대하는 상황은 자칫 지역이기주의라는 비난마저 들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송전탑 반대대책위 관계자는 "정부는 보상법을 개정하겠다지만 지지부진하고 주민과 소통한다는 말도 처음 송전탑 공사 계획을 만들던 8년 전과 변한 게 없다"며 "송전탑 설치를 두고 주민이 반대하는 근본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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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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