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박근혜 정부가 세율 인상 등의 증세 없이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내 놓은 '비과세·감면 정비'라는 국정과제가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 출범 이후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내놓은 각종 정책들마다 세금감면이라는 당근책을 마치 필수 양념처럼 끼워넣으면서 정부 스스로가 오히려 비과세·감면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과세·감면은 한번 생겨나면 일몰기한이 찾아오더라도 다시 연장해달라는 요구가 거세기 때문에 폐지하기가 쉽지 않고, 이 때문에 국가재정에 대한 부담이 장기적으로 발생한다.
◇비과세 감면 줄인다더니..각종 대책마다 비과세·감면 혜택
19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7월 현재까지 내놓은 각종 정책패키지 마다 비과세·감면제도가 빠짐 없이 포함됐다.
지난 4월1일 내놓은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의 경우 10여개의 비과세·감면이 당근책으로 묶여 들어가 있다.
정부는 이른바 하우스푸어를 지원한다면서 1주택자가 내 놓은 집을 연말까지 살 경우 5년간 양도소득세를 전액면제하기로 했고, 생애 최초 구입주택에는 취득세도 100% 면제하도록 하는 파격적인 세금혜택을 담았다.
또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를 도입해 집주인이 담보대출로 전세보증금을 조달할 경우 대출금에 대해 소득세 비과세, 이자납입액의 40% 소득공제, 양도소득세 중과폐지, 재산세와 종부세 감면 등 세금 혜택을 쏟아붓기로 했다.
여기에 민간의 임대주택에 대해 재산세를 공공임대주택 수준으로 감면하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율도 60%로 전환하며, 영구임대주택 난방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까지 주기로 했다.
한달 뒤 발표된 '규제개선 중심의 1차 투자활성화 대책'에는 중소기업 창업 및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신설중소기업의 투자세액공제 이월공제 기간을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는 법안과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생협력 투자재원의 출연을 지원하기 위해 출연금에 지원되는 7% 세액공제도 연장하기로 했다.
5월15일에 발표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에도 파격적인 세제혜택이 담긴 비과세·감면제도가 대거 포함됐다.
◇공제, 감면, 비과세, 면제..국가재정 위협요소
벤처 1세대들이 회수자금을 재투자할 수 있도록 창업주 등의 주식매각시 양도세를 나중에 낼 수 있도록 과세이연하고, 엔젤투자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세제혜택'을 강조하면서 투자금액의 5000만원까지 최대 50%까지 소득공제해주는 방안을 내놨다.
특히 '기술혁신형 인수합병(M&A)' 개념을 도입해 매수기업에 대한 10% 법인세액공제와 매도기업 주주의 증여세를 전액면제하는 혜택까지 부여하도록 했다.
아울러 코넥스시장을 개설하면서 상장 후 2년 이내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의 신주투자에 대해서는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한 신주투자와 같이 양도차익 비과세, 배당소득 비과세, 증권거래 비과세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에 담긴 비과세·감면대책들만으로도 약 2900억원의 세수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7월4일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가 합동으로 내 놓은 '1단계 서비스산업 대책'에도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대상 업종을 확대하고, 연구개발서비스업체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크게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관광산업 육성방안' 역시 대규모 세금감면책이 필수 양념으로 섞였다.
정부는 외국인이 호텔에서 지불한 숙박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사후에 환급해주는 파격적인 방안을 관광산업 육성방안으로 내 놓았다. 사실상 외국인 숙박비에는 부가가치세는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또 관광단지개발사업용 취득 부동산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감면하고, 호텔용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감면도 연장하기로 했다. 관광단지 입주 관광휴양시설의 취득세 감면방안도 도입했다.
외국인 숙박비에 대한 부가세 면제혜택만 연간 500억원 이상의 세수입 감소가 예상된다.
정부가 올해 정책과제들과 함께 신규로 내 놓은 비과세·감면들은 상당수 법령개정이 필요한 것들로 정부 세제개편안 등에 담겨 9월 정기국회를 거쳐야만 확정된다.
◇세제지원 통한 정책패키지 완성 관행화는 문제..정부 방어도 한계
그러나 통상 의원입법보다 정부입법안이 국회 통과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정부발 비과세·감면은 정치권발 비과세·감면보다 리스크는 오히려 더 크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요구를 발판으로 내 놓는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들이 국가 재정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비판받고 있지만, 사실 정부가 스스로 내 놓는 비과세·감면제도들이 국가 재정을 더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국정과제이행에 걸림돌을 양산하는 것은 세제지원이 있어야만 정책패키지가 완성된다는 기준이 관행화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조세체계의 측면에서 보면 비과세·감면을 최소화하는 것이 맞지만, 신규정책들이 나오다 보면 부처에서 꼭 조세지원을 곁들이길 희망한다"면서 "기재부에서 방어하는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비과세·감면 정비 국정과제 해결을 위한 정책용역을 수행한 한국조세연구원의 김학수 선임연구위원도 "개별부처의 회의를 가 보면 조세감면제도가 (정책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당장은 세수손실이 크지 않은 것이라고 해서 기재부가 마지 못해 받아서 도입하게 되는데 이런 제도들을 보면 실효성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몇년 후에 폐지된다"면서 "과연 이 제도가 필요한지, 단지 구색맞추기에 불과한지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대한민국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