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조선 워크아웃 난항예고

채권단 채무조정 합의 '난제'

입력 : 2009-01-20 오후 4:01:42
채권은행들이 20일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와 조선사를 확정함에 따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본격화된다.
그러나 대상 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 등을 놓고 채권은행간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 진통이 예상된다.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 기업은 물론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으로 분류된 B등급 기업에 대한 신규 지원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 구조조정 `산너머 산'
   
채권은행들은 앞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외부실사 기관을 선정해 C등급으로 분류된 기업의 재무구조와 자금흐름, 사업 전망에 대한 정밀 실사를 진행한다.
 
실사 결과를 토대로 채권단 동의를 거쳐 채권 재조정, 금리 감면, 채무원금 탕감, 신규 지원 등을 검토하고 기업은 구조조정 등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신규 자금 지원은 기존 채권액에 비례해 자금 규모가 배분되는데, 주채권은행이 아닌 은행들이 지원에 난색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의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촉법에 따르면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C등급 기업의 경우 채권단 3분의 2 이상(담보채권총액 기준)이 찬성해야 채무 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지원 분담 비율이나 기업의 자구노력이 만족스럽지 못해 채권단 내 이견이 나올 수 있다"며 "조정위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금융기관 조정위는 채권단 회의를 통해 총 신용공여액의 25%를 초과하는 금융기관이 지원액 등에 이의를 제기하면 이견 조정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C등급으로 분류된 건설사들의 반발도 문제다. 일부 업체들은 모호한 평가 기준 등을 문제 삼으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담당자도 "대상 건설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업체가 등급 분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재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기업은 채권단 결정에 따르거나 아니면 회생절차를 돌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D등급(퇴출)로 분류된 기업은 회생절차(법정관리) 등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조선업 워크아웃 `난망'
   
워크아웃 대상 조선업체는 건설사보다 훨씬 적지만 구조조정 작업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사가 선박 수주를 위해 은행에서 발급받는 환급보증서(RG)에  대해  보증을 선 보험사도 채권단에 포함되기 때문에 금융회사 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RG는 선주로부터 계약금액 일부를 선수금으로 받은 조선사가 선박을 만들지 못해 문제가 생겼을 때 은행에서 선수금을 대신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서류로, 대부분 조선사가 발급받아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RG에 대한 보증을 선 국내 보험사는 대체로 외국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들기 때문에 최종 채권자가 아니지만 기촉법상 국내 금융회사만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있어 채권단 간 합의 도출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퇴출 대상인 C&중공업의 경우 채권단이 지난달 3일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결의했지만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화재가 긴급 운영자금의 부담(전체의 76%)을 거부하면서 회사 측의 자구안 제출이나 실사 등 절차가 지연됐다.
   
이번에 C등급을 받은 조선사의 워크아웃을 놓고도 채권 금융회사간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중공업 워크아웃도 최대 채권금융기관인 보험사가 자금 지원안을 거부한 이후 채권 은행들도 지원을 꺼리면서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다른 조선사의 워크아웃 역시 채권액 비율 등에 대한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의 중재를 거쳐야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B등급 지원도 `골치'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B등급)에 대한 지원 문제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들은 B등급의 경우 대주단 가입을 유도해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B등급으로 선정된 특정 기업들에 대해 일부 은행들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모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일부 기업이 C가 아닌 B등급으로 분류된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그런 기업들은 대주단 가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정상기업에 대한 여신 지원이 늦어지거나 일부 은행들이 채권을 회수할 경우 워크아웃 대상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건설 및 조선사 신용위험평가 결과 A, B 등급으로 분류된 기업이 6개월 이내 C등급으로 떨어지면 해당 은행에 책임을 묻기로 한 바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에 대해 공동 지원을 꺼리고 주채권은행에만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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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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