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다. 무더위에 습도까지 높아 자주 짜증이 나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력난까지 겹치며 생활에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그야말로 생활 속의 불쾌지수는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도 무더운 여름장마를 겪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최근 주요 2국(G2, 미국·중국)발 이슈가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보다는 중국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경제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성장률이 반토막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GDP성장률이 둔화되며 중국경제에 이상신호가 오고 있다. 이외에도 그림자금융으로 인한 위기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바짝 긴장하는 순간이다.
그림자금융이 뭘까? 영어로는 쉐도우뱅킹(Shadow Banking)이라 말한다. 정의를 찾아보니, 은행의 일반적인 대출 외에 '고위험-고수익' 채권에 투자하는 '구조화투자회사(SIV : structured investment vehicle)' 등을 통해 새로운 유동성이 창출되는 시스템을 말하는 것이란다. 쉽게 말해 비은행권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 주로 은행인수어음과 위탁대출이 포함된다. 사채나 전당포 등 제도권 밖에서 창출되는 민간 대출도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림자금융은 말의 어감이 뭔가 부정적인 냄새를 풍긴다. G2로 부상한 중국이 지하경제에 발목이 잡히게 될까?
중국의 그림자금융 규모는 전체 은행대출의 30%로 추정될 정도로 거대하다. 인민은행의 강력한 단속 의지에도 불구하고 그림자 금융시장은 오히려 더 팽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물가상승, 부동산 버블,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부채, 공산당 관료들의 부동산 투기와 부정부패 등을 자양분으로 자랐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림자금융은 생각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바로 2007년 발생했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2008년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미국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도 중국이 앞으로 2년 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와 비슷한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림자금융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시장에 거품을 형성하고 실물경제와 맞물리면서 악순환을 키워 전체적인 위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정부가 그림자금융과 관련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관치금융의 해소와 자본시장의 발달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렇듯 그림자금융은 중국경제의 위험요인으로 부각된다. 하지만, 우려는 과다해 보인다.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금융시장 발전과 함께 규모가 확대됐다. 기관별로 차이가 있으나 현재 중국 그림자금융 시장규모는 대략 GDP 대비 30~40%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니, 미국의 경우 그림자금융이 차지하는 GDP 대비 비중이 160%를 상회하고 있다. 유로지역은 175%, 영국은 476%, 일본도 65.3%다. 중국의 그림자 그림자금융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규모가 크지 않다.
또,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고 등을 감안할 때 중국경제의 그림자금융은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 비중은 30.9%다. 일본이 10.6%, 사우디가 6.0%, 우리나라가 2.9%인데 반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물론 그림자금융으로 인한 우려가 현실화 된다면 미국의 금융위기와 맞먹는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사회안전망이 거의 갖춰지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금융시스템의 붕괴 충격을 중국 경제가 소화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투자자산이 부실화되고 버블이 터지게 된다면 중국 인민은행이 그대로 보고만 있을까?
우리가 잊고 있는 게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그림자금융은 중국 정부의 통제권을 벗어난 외생변수는 아니다. 중국은 정부가 돈의 흐름을 규제하고 있다. 중국의 그림자금융이 국가 쇼크를 일으킬 정도로 심각해진다면 정부가 통제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림자금융이 중국경제의 근간을 흔들 핵폭탄이 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 보다는 중국 경제가 언제쯤 살아나는지 여부를 주목해야 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며칠전 어두운 밤 혼자 길을 걷다가 저 멀리 가로등 불빛에 비쳐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보고 잠시 놀란 적이 있다. 그림자는 빛이 있을 때에만 만들어진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지말아야 한다.
김선영 국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