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미국 은행권의 시가총액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물론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국가 에너지 기업의 2배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미국 은행들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1월 수준을 회복한 것이며 브릭스 지역의 에너지, 자원기업들의 시가총액 4320억달러를 2배 이상 웃돈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있었던 5년 전 미국 은행권의 시가총액은 감소세를 지속하며 브릭스지역의 상품, 에너지, 광산 회사의 시가총액을 밑돌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증시 호황이 이어진 가운데 미국 은행들이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확대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지난주 웰스파고와 JP모건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이 4400억달러를 기록, 브릭스 에너지 자원기업의 42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몇 년 전만해도 글로벌 경제 파워가 브릭스로 옮겨지는 듯했으나 다시 북미와 서구 유럽권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마이클 하넷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도 “미국 은행시스템이 개선됐다는 것은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뉴스”라며 “이는 미국 경제 특히,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반면,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발레, 러시아의 로즈네프 등 브릭스 지역의 에너지 자원기업은 상품가격 하락과 비용 압박 등으로 고전하면서 시가총액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은행들의 시가총액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 은행권의 비중과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2008년처럼 은행이 어려워질 경우 경제 전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일 윌리엄스 헤르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 덕분에 미 은행권의 리스크가 감춰진 측면이 있다"며 "출구전략을 시행할 경우 가려졌던 위험이 노출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동성이 사라지면 은행은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 시작할 것이고 신흥국 경제가 위축되고 시장이 불안해진다면 그 때는 중앙은행도 이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