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이틀째 출근길이 막힌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23일 뉴스토마토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부행장급 인사와 관련 "내부에서 적임자를 찾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렇다고 외부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은 없다. 외부도 열려 있다"고 인사방향을 밝혔다.
이 행장은 이어 "나름대로 본 사람도 있고 점검하는 사람도 있다"고 밝혀 자신과 같은 외부출신 인재가 등용될 수도 있음은 물론 인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지난 19일 선임된 후 출근 이틀째를 맞은 이건호 행장은 22일 첫 출근에 이어 이날도 국민은행 노조의 저지로 발걸음을 돌렸다. 노조의 거센 반발로 전날 행장 취임식도 무산됐다.
이 행장은 "매일가서 사정하는 한이 있어도 물리적으로 돌파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노조 간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우리 직원이고 식구다. 문 열어주면 그 때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가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노조와의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사진제공=국민은행)
이 행장은 그러면서 "취임식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사내방송을 통해 취임사를 전달한 만큼 취임식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
다음은 이건호 행장과의 일문일답.
- 오늘도 집무실 출근길이 막혔다. 노조를 먼저 찾아갈 생각은 없나.
▲ 내가 안 찾아가는 것이 아니다. 매일 아침 본점으로도 출근하는데 (노조가) 막고 있지 않나. (노조가) 만나주겠다고만 하면 언제든지 어디든지 찾아가서 대화할 생각이다.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부서를 통해서도 머리 맞대고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노조가 아직 나를 행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참 답답하다.
매일가서 사정하는 한이 있어도 물리적으로 돌파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노조 간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우리 직원이고 식구다. 문 열어주면 그 때 들어갈 것이다. 계속 대화를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맡은 직무를 잘 수행하면서 노조가 (행장 선임을) 납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취임식 없이 취임사만 전달했다. 향후 취임식 여부는.
▲ 취임식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취임하는 첫날 취임사를 전달해야 의미가 있는데 취임식을 못하게 돼서 사내 방송을 통해 취임사를 전달했으니 따로 취임식을 하는 것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미 행장 업무도 시작했는데 요식행위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취임식 형식을 갖추지 못한 채 방송으로 대신하게 돼서 직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즐겁지 못한 상황이다. 이젠 시간 날 때마다 영업점을 다니면서 직원들과 얼굴보고 대화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 곧 조직개편과 함께 부행장 인사가 예정돼 있다. 본부장 포함 임원 50여명이 전원 사표 냈다고 들었다.
▲ 내가 사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임원들이 새로 행장이 선임됐으니 재신임을 묻는다는 의미로 사표를 낸 것이다. 인사를 최대한 빨리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만 밝힐 수 있다. 미리 방향을 얘기하면 그렇게 되지 않기 때문에 인사에 대해 말하긴 어렵다.
내부에서 적임자를 찾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렇다고 외부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은 없다. 외부도 열려 있다. 나름대로 본 사람도 있고 점검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인사는 신중해야 하는 것이니 최대한 빨리 하도록 노력하되 서둘러서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 은행 직원들 연봉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은행원의 연봉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내놓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조건 은행원 연봉이 높다고 보는 외부의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은행원들도 나름 업무에 대한 고충이 있다. 다만 고액 연봉이라고 비판을 받는다면 그처럼 사회적 시각이 곱지 않은 이유를 놓고 은행 스스로 반성할 필요는 있다.
은행 직원들이 적당한 보수를 받고 있다고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서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은행 수수료 인상 문제에 대한 입장은.
▲ 수료 문제는 인상이나 인하 차원에서 볼 문제가 아니다. 은행은 돈을 벌어야 하는 상업적인 기능과 함께 사회적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이 둘 간의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데 그 균형을 맞추지 못해 수수료 문제가 은행에 대한 비판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마진이 높을 때는 수수료를 줄여도 이자 마진으로 은행을 유지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이자 마진이 많이 줄어서 은행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 수수료를 현실화 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은행의 적정이익은 은행 스스로의 부단한 체질개선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와 함께 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수수료를 받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 은행이 수수료를 받는 것을 탐욕으로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은행의 수수료 부과를 탐욕으로 보는 것은 은행이 고객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겼던 과거 은행의 잘못도 있을 것이다.
고객이 은행의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수수료를 받는다고 손가락질 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은행은 고객을 얼마나 만족시키는가가 중요해질 것이다. 최대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받는 수수료나 일정 마진에 대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취임사에서도 밝힌 스토리가 있는 금융이다.
고객별 요구를 세분화 해 최적으로 고객 개개인에 맞춘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토리가 있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