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서 행복하신가요)④4인가구 중심 사회경제시스템..이젠 바꿔야

입력 : 2013-07-25 오후 3:26:15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사회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곳은 시장이다. 요즘 유통업계의 화두는 소형화다. 대형 드럼세탁기가 소형으로 바뀌고 박스 단위로 팔리던 과일이 낱개로 팔린다. 이런 변화를 이끈 것은 최근 급증하는 나홀로족이다.
 
25일 통계청과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기준 222가구였던 1인 가구는 10년 새 414가구로 급증했다. 2030년에는 709가구까지 늘 전망인데 이는 2인 가구 등 다인 가구를 앞서는 수치로 전체 가구 대비 33%에 육박한다.
 
◇가구원별 가구 수 추이(자료제공=산업연구원)
 
그러나 나홀로족은 경제적 궁핍과 정서불안 문제에 직면했다. 다인 가구에 비해 소득대비 지출규모가 커 노후준비가 부족하고 혼자사는데서 오는 외로움 때문이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의 30%가 우울증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가 시장에서는 새로운 소비주체로 주목받으며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듯 보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힘든 홀로서기 중인 셈이다. 이런 역설적인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관련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1인 가구 정책 부재를 꼽는다.
 
삼성생명 보험연구소 관계자는 "선진국은 1인 가구를 가족이 한 형태로 본다"며 "우리도 1인 가구를 위한 사회경제시스템과 유형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혼자 사는 나홀로족을 세부적으로 보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1인 가구, 결혼할 마음은 있지만 경제여건 때문에 홀로 지내는 1인 가구를 비롯 배우자와 사별·이혼한 나홀로족, 자식이 부양하지 않아 사실상 1인 가구가 된 경우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도 "지금은 나홀로족이 새로운 소비주체지만 소득이 다인 가구에 비해 적고 고령자가 전체의 40% 이상"이라며 "이들이 노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갑자기 소비를 줄이면 전체 소비시장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경고했다.
 
◇1인 가구 특징과 그에 따른 시사점
 
이에 따라 정부가 가구·복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1인 가구를 위한 사회경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홀로족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주거문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 1인 가구의 전·월세 비율은 50%가 넘어 다인 가구의 65%가 자가주택을 보유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공공 임대주택 보급률도 선진국은 20%가 넘지만 우리나라는 5%에 불과하다.
 
조 연구원은 "청약가점제와 국민주택기금 대상에서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보다 불리하게 설정되는 등 1인 가구의 주거 안전성이 낮다"며 "실 거주인원에 맞는 여러 크기의 주택을 늘리고 내집 마련 기준을 낮추는 등 1인 가구를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도 관심이 쏠린다. 나홀로족은 은퇴 후 부양해줄 가족이 없으면 고정 수입이 줄어 노후를 책임지지 못 하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소 관계자는 "1인 가구는 주로 비정규직자가 많고 고령자는 기초노령연금이나 공공근로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고용훈련 기회를 넓혀 단순 노동보다 숙련 노동 위주로 취업을 주선해 채용 기업에는 보조금을 주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1인 가구 중 여성의 비율이 높은데 이들은 남성보다 은퇴시기가 빠르고 재취업이 잘 안된다"며 "60대 이상 여성 황혼 나홀로족에 대한 구제가 절실하다"고 했다.
 
◇노인 빈곤율의 국가 간 비교(자료제공=삼성경제연구소)
 
나홀로족의 노후대비를 돕는 금융정책도 필요하다. 전통적인 가구 구조 위주의 대출 정책이나 금융상품 대신 나홀로족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서정주 KB금융지주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1인 가구는 은퇴에 대비하려고 저축에 중압감을 느끼면서도 준비 상태가 미흡하다"며 "나홀로족의 자산관리를 위한 금융자산을 확대하고 노후생활 안정시킬 제도개선과 가구 유형에 따른 다양한 상품·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혼자 산다'고 하면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1인 가구가 보편화 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가족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하고 나홀로족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1인 가구 확대가 미칠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며 "1인 가구는 단순히 다인 가구에 비해 가족 수가 적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주체기 때문에 구조적 특성을 파악해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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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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