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기 위한 남북 실무협상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공단 운영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북은 지난 25일 6차 실무회담을 갖고 절충점을 모색했지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성과없이 회담을 끝냈다.
북한측 대표단은 6차례에 걸친 실무회담이 무산되자 남측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협상 중단과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향후 공단 운영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북측으로부터 확실한 보장을 받아내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처럼 남북이 실무회담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는 것은 애초부터 낮은 단계의 협상을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만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서로 방법을 몰라서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실무회담급 대표를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실무회담을 통해 풀려고 하니까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우리측이 제기하고 있는 (공단 운영중단 사태의)책임 소재와 재발방지책은 실무회담에서는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면서 "공단 운영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북측의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인데 그보다 낮은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과 회담을 하니까 해결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측의 협상 태도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남북이 합의한 투자보호협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공단 운영중단을 선언해 놓고 재발방지를 위한 분명한 약속도 없이 무조건 재가동을 하자는 것도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공단 운영중단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협상을 서두르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런 식으로 공단이 운영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북한이 다급한 건 사실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 돌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북측이 재발방지를 위해 내놓은 대책들은 구체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개성공단 회담은 양측이 기존 입장에서 후퇴하지 않는 한 상당 기간동안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양 교수는 "남북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큰 상태여서 향후 회담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면서 "공단 운영중단 사태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부는 북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재발방지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태도의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며 "북한의 재발방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북측이 회담 결렬을 선언하면서도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는데다 우리 정부도 북측의 태도변화에 따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방침이어서 양측이 당분간 냉각기를 거친 뒤 대화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사진=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