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조)진짜 국정조사는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장외 촛불집회 2만5천 운집..국회는 지지부진, 언론에선 '없는 일'

입력 : 2013-07-29 오후 12:41:21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가정보원 국정조사가 결국 새누리당 요구가 수용된 국정원 기관보고 비공개로 재개되지만 과연 조사가 내실있는 결말을 지을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에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거리에 나가 촛불을 드는 이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정조사로 거창하게 시작한 국회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뭉그적거리고 있는 것과 달리 거리에서는 국정원 대선 개입에 분노하는 민심이 계속 타오르고 있다.
 
◇장외 촛불집회 열기 고조..민심 담지 못하는 정치권
 
27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2만5천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해 촛불을 높이 들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284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시국회의가 주최한 이날 촛불집회는 지난 6월29일 이후 네 번째 개최됐다. 장외집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장소도 전국 주요 도시들로 확산되고 있다.
 
시국회의는 다음달 10일 10만명을 목표로 다시 한 번 대규모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국회에서 8월12일 국조 결과보고서 채택, 8월15일 종료가 예정된 만큼 촛불집회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시민들의 이같은 열망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조 재개와 관련해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
 
국조특위 여야 간사는 28일 국조 재개 소식을 전하며 ▲NLL 공방 자제 ▲국정원 기관보고가 파행된 7월26일 국조특위를 야당 단독으로 진행한 것에 대한 신기남 위원장의 유감 표명 ▲7월29일 증인·참고인 채택, 청문회 일정 등 의결 ▲국정원 기관보고 8월5일 사실상 비공개로 실시 ▲증인·참고인 청문회 8월7~8일 실시 ▲8월12일 국조 결과보고서 채택 등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신기남 위원장의 유감 표명, 국정원 기관보고 비공개, 이틀밖에 되지 않는 청문회 일정, 연장 없는 국조 일정 등의 내용은 새누리당의 입장이 전적으로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또 다음달 5일에야 국정원 기관보고가 시작되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라는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해야 하는 국정조사가 '하계 휴가'를 이유로 일주일 가량 중단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권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날도 더운데 특위 위원들만 일하고 있다"며 휴가로 인한 국조 중단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그것은 저희가 합의를 해줬다고 볼 수 없는 것"이라며 "상대측이 다음 주에 못하겠다고, 못 나오겠다고 그러는데 저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냐"고 항변했다.
 
◇침묵하는 방송에 대학생들 "뿔났다"..CNN iReport 촛불집회 소개 '눈길'
 
한편 거리를 수놓고 있는 촛불집회에 대한 방송3사와 종편 등의 보도가 없는 현실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의혹은 대대적으로 다루던 방송이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주의 지킴이 대학생 실천단' 소속 서울지역 대학생들은 29일 오전 MBC와 KBS를 차례로 방문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방송사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은 기자회견 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국정조사 시작 20여일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조사는 커녕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국민들의 분노의 목소리는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지만 방송3사를 비롯한 주요 언론에서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하여 축소보도 및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으며, 국민들에게 진실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 CNN의 시민기자 사이트인 'iReport'가 국내 방송 및 언론이 외면한 지난 27일 4차 촛불집회를 소개해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다.
 
'Graceful Rain in Heaven, and 25,000 Candles on Earth'라는 제목이 달린 해당 기사가 캡쳐된 사진은 많은 네티즌들에 의해 급속도로 리트윗이 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김진애 민주당 전 의원도 각각 "우리나라 TV는?", "우리 방송은?"이라는 멘션과 함께 관련 내용을 RT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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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