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민주당이 새누리당에게 일방적으로 양보하면서 국정원 국정조사 파행 사태를 수습했다.
지난 26일 국정원 국정조사는 중단됐다. 민주당이 국정원 기관보고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새누리당이 국정조사장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증인채택, 청문회 등 남은 일정에도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여야 국정조사 특위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28일 기관보고 공개 방식 등에 합의했다.
이 덕분에 국정조사는 오는 29일부터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합의 내용을 보면 민주당은 얻은 것이 없다.
기관보고 합의 내용에 따르면 국정원장 인사말, 간부소개, 여야 간사와 여야 간사가 지명한 1인 등 총 4인의 기조발언을 공개하고, 나머지 질의응답은 비공개로 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질의응답에서 대선개입과 관련된 부분은 공개로 하고 안보와 관련된 부분은 비공개로 하자던 기존 절충안을 철회했다.
여야 간사들은 새누리당이 완전 비공개에서 일부 공개로 양보하면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자평했지만, 이는 사실상 비공개와 다름없다.
인사말, 기조발언은 형식적인 절차다. 국정원 대선개입에 관한 중요 내용을 듣고 싶은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
국정조사에서 NLL대화록 공방을 자제하기로 합의한 것도 민주당의 요구만 양보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NLL대화록을 새누리당에 사전 유출했다고 보고, 이번 국정조사에서 이를 밝히겠다고 공언했었다.
이를 위해 대선 당시 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국정원 사전 유출은 밝히기 어려워졌다. 김무성 의원 증인 채택 역시 유명무실해졌다.
지난 26일 국정조사 파행도 민주당이 자신들의 책임으로 떠안았다.
국정조사 파행이 새누리당이 기존 합의된 일정을 어겼다고 주장하던 기세는 사라지고, 민주당 소속인 신기남 위원장이 사실상 사과를 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정청래 의원은 “이번 합의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신히 태어난 국정조사가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솔로몬 재판의 어머니 같은 심정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가 시작된 후 새누리당의 강경한 태세에 계속 끌려다니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이 '귀태 발언'을 시비로 걸었을 때도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요구대로 김현·진선미 의원을 제척했다.
새누리당이 여론에 밀려 국정원 국정조사를 시작했지만, 새누리당의 뜻대로 국정조사가 흘러가는 모습이다.
정청래 민주당 국정조사 특위 간사(사진=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