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허황된 공상을 즐기는 게 아닌,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과 닮아 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살인의 추억', '괴물'로 거장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할리우드 배우들과 함께 420억원의 거대한 제작비로 자신의 상상을 펼쳤다.
봉 감독은 '괴물' 등에서 이미 호흡을 맞췄던 송강호와 고아성을 비롯해,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에서 내로라 하는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작품 '설국열차'에 대해 소감을 전했다.
봉 감독은 29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영화 '설국열차' 기자간담회에서 "함께 작업한 사람들과 다시 자리를 하게 돼 기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한국이냐 외국이냐라는 배우와 스태프의 국적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같은 목적을 갖고 좋은 작품을 위해 노력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 뿐 아니라 많은 영화에서도 한국 배우 및 스태프들이 외국 배우 및 스태프들과 뒤엉켜서 작업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설국열차'는 2031년 새로운 빙하기 시대에 마지막 인류를 싣고 끝없이 달리는 열차에서 벌어지는 계급 간 갈등과 다툼을 그린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됐을까.
봉 감독은 "기차에 칸 별로 계급내지 계층이 존재한다. 이는 '설국열차'의 원작 내에 있는 위대한 발상이고, 내가 그 원작에 빠지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설국열차'는 SF 영화라 할 수 있는데, SF장르의 매력은 현실을 단순화하고 극단적인 틀과 구조를 만들어 상상하게 하는 것에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힘이 있는 자와 힘 없는 자의 얘기는 전 세계 어디서나 보편적인 내용이다. '설국열차'가 레이저나 미사일 쏘는 작품은 아니지 않냐. 열차 속에서 바둥거리는 인간들을 보면서 관객들이 '어쩌면 이 세상과 저 기차 안이 다른 게 아닐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며 "허황된 공상을 즐기는 게 아니라, 미래를 보는 줄 알았는데 우리의 삶과 닮아 있었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자리에서 캐릭터에 대한 간략한 평가도 했다.
먼저 그는 틸다 스윈튼이 그린 메이슨 총리에 대해 "언제나 놀랍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최고로 신선한 모습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크리스 에반스의 커티스에 대해 "커티스는 영화의 히어로다. 내면의 드라마가 있는 히어로. 후반부의 독백은 정말 만족스럽다"고 털어놨다.
고아성이 맡은 요나에 대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감성과 다른 느낌을 전달할 새로운 인류로 생각했다"고 말했고, 송강호에 대해서는 "어떤 작품이건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나 접근 방식이 클라스가 있는 배우인 것 같다. 나는 그걸 기대에 떨면서 바라보는 느낌이다"고 밝혔다.
'설국열차'는 오는 31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전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