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자금 조달 차질..산은,무리한 원칙 고수

입력 : 2009-01-21 오후 8:53:00
대우조선 매각이 결렬됨에 따라 산업은행, 한화, 대우조선 모두 패자가 될 전망이다.

예기치 못했던 글로벌 금융 위기가 덮치면서 산업은행과 한화그룹 간 대우조선해양 매각협상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2개월 만에 결국 무산으로 기울었다.

한화는 대우조선 가격 하락과 매입대금 확보 부담 탓에 산은 측에 매각 조건 변경을 요구했지만 산은은 MOU상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매각 일정이 파행의 연속으로 점철됐다.

매각 결렬로 결국 산업은행은 ‘공적자금 조기 회수와 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하게 됐다. 한화 역시 ‘글로벌 한화’ 비전 달성에 차질을 빚고 대우조선도 지루한 매각 일정에 얽매이다가 투자 계획과 영업 강화 기간에 공백이 생기는 등 이해 당사자가 모두 피해를 보게 됐다.

앞으로 대우조선 재매각 일정과 이행보증금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파행의 길을 걸어온 대우조선 매각

산업은행과 한화 간 대우조선 매각 협상은 양측의 무리한 매각과 인수를 추진하는 등 첫 단추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부터 암운이 예고됐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유력시됐던 GS-포스코 간 컨소시엄이 막판에 깨지면서 한화컨소시엄이 어부지리로 낙점을 받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경영 및 금융시장 환경도 매각 일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 의욕을 불태우며 6조4000억원의 인수가격을 써냈지만 대형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도산으로 예상했던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게 된 것. 더구나 경기 침체로 대우조선 인수가격에 대한 추정치도 급락하면서 협상과정에서 한화 역시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산은과 한화 양측이 최선을 다했지만 예기치 않은 외부변수들에 이번 대우조선 딜이 흔들린 셈이다.

협상의 접점을 찾으려고 산은이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한화 자산을 매입해 주는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돕겠다는 제안을 한 데 이어 한화 측에선 분할매입 방식을 요청했다.

그러나 산은은 매각의 기본 원칙 준수를, 한화는 국가 산업발전을 위한 탄력성을 요구하다가 양측의 골은 더욱 깊어 갔다.

■이행보증금 2라운드 공방 예고

산은과 한화 측은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놓고 법정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또 다른 치열한 공방도 예고된다.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산은 측은 MOU에 따라 이행보증금을 모두 뺏을 계획이다. 우선협상 대상자인 한화와의 협상이 한화 측의 귀책사유로 종결됨에 따라 한화 컨소시엄이 납부한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게 산은 측 입장이다.

한화는 지난 11월 대우조선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고 MOU를 체결한 뒤 매매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뜻으로 입찰 금액의 5%인 3000억원을 이행 보증금으로 냈다.

하지만 한화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매각 주간사였던 산은이 대우조선 실사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실사를 못하면서 대우조선이 보유한 잠재부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 최근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대우조선의 현금성 자산이 줄고 부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지만 산은이 도움을 주지 않아 이를 확인할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와 더불어 경기악화로 자금조달 여건이 힘들어졌는데도 산은이 원칙만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한화는 이행보증금을 돌려받고자 법정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한화 측 관계자는 “전례가 어떨지 몰라도 동국제강도 쌍용건설인수와 관련해 이행보증금 200억원가량에 대해 현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금융위기로 향후에도 이런 건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행보증금이라는 것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있는 규정으로 이 부분은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 재매각이 실시된다면 이르면 올 하순이 예고되지만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도 크다. 현재 금융시장과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대우조선을 재매각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매각 가격도 현재 6조원대보다 많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데다 인수희망기관을 끌어들이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대우조선이 재매각될 때까지 기업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경영 효율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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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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