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 등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U턴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해외서도 인건비가 날로 오르는데다 현지인의 애사심 부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지기업은 U턴을 놓고 고민이다. 현지에서 철수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다. 관련 전문가와 현지 기업인들은 기업이 현지 철수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31일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보석 세공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제조업을 기피하는데다 인건비도 높아 중국에 왔는데 요즘은 여기도 사람 구하기 어렵다"며 "애사심이 없어 툭하면 일을 그만두거나 대충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중국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8년부터 10년간 중국의 시간당 임금은 14%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승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와 임금상승률 추이(자료제공=중국통계국)
김 사장은 요즘 비슷한 사정을 겪는 업체들의 U턴 대해서도 "국내에서는 U턴을 공장만 옮기면 되는 줄 안다"며 "현지 청산과 이전 비용, 복잡한 절차 때문에 현지 잔류와 국내 복귀를 놓고 망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U턴 기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중국 일부 성(省)은 중국에서 사업한 지 10년이 안된 법인을 정리하려고 하면 그동안 감면한 법인세와 소득세를 다시 물라고 한다"며 "토지양도 이익금도 되가져갈 정도"라고 말했다.
랴오닝성(遼寧省)에 위치한 기계부품 업체의 조모 사장도 "기업들이 한창 중국으로 나가던 1990년대만 해도 중국 업체와 합작해 가는 게 많았는데 이게 화근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나가고 싶지만 제때 못나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U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마련한 정책은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한 'U턴기업지원법'이 전부다. 정부는 지원법에 U턴 기업에 조세와 보조금, 입지, 인력 등을 지원하고 산·학이 연계된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U턴 기업의 정의(자료제공=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그러나 지원법이 U턴 기업의 국내 정착을 돕는데만 집중됐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U턴기업지원법은 현지기업이 국내로 정착할 때 어떤 도움을 줄 것이냐에 집중됐다"며 "기업이 국내로 못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철수 과정을 돕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기업이 해외에서 겪는 법적 분쟁이나 청산 절차상의 어려움을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관계자는 "해외로 나갔던 기업은 현지 청산 과정에서 합작사와 민사 분쟁을 겪거나 해당국 정부로부터 억울한 소송을 당하기도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국제변호사를 지원하고 자문창구를 만드는 방안 등 법적 보호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지에서 기업이 철수 과정을 일일이 도와주는 맞춤형 컨설팅도 필요하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U턴을 고민하는 기업에 대한 현황 파악과 지원 등 전반적인 부문에 걸쳐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컨설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코트라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기업의 U턴을 돕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세청 등 관련 부처의 체계적·종합적인 지원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범준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U턴 기업 지원제도의 특성과 체계적 지원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산업부와 국세청, 관세청, 고용노동부 등 다양한 부처가 통일적·체계적으로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며 "현지 기업이 철수하는데 짧아도 1년이 넘게 걸리는데 이를 전반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