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위기 스팩(SPAC), 회생기운 감지

제2호 스팩준비 '한창'..IT등 일부 기업 편중 '우려'

입력 : 2013-08-01 오후 6:00:00
[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증권업계가 속속 제 2의 스팩 설립을 검토하며 고사위기를 맞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스팩) 시장에 회생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스팩시장이 일부 업종에 편중된 합병기업에 쏠리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기회 제공과 효과적 자금 조달 수단으로의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 2의 스팩시장, 1호 실패 만회할까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하나대투증권, 키움증권 , 이트레이드증권 등이 제 2호 스팩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MC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스팩합병에 성공했던 증권사들도 2호 스팩 설립에 나서며 스팩시장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이달 들어 키움스팩이 한일진공기계와의 합병에 성공했고, 이후 하나그린스팩(선데이토즈와 합병)과 하이스팩(DHP코리아), KB게임엔앱스스팩(알서포트) 등이 합병에 성공하며 분위기도 좋다. 
 
스팩시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지난 2010년 22개가 코스닥 시장에 등장했다.
 
하지만, 상장 당시 1조원을 넘어서는 청약자금이 몰렸던 국내 1호 스팩 대우증권그린코리아 스팩이 상장폐지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9개가 자취를 감추었다.
 
지나친 시장 과열속에 합병가치가 과도하게 저평가됐고, 합병 실익이 낮다보니 주주총회에서 난항을 겪으며 좌초된 것이다.
 
 
이 중 합병이후 공모가보다 주가가 높아지며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은 곳은 지난달 말 공모가(2000원)대비 93.50%  주가가 상승한 하이비젼시스템과 키움제1호 스팩(한일진공기계) 등 2개에 그치고 있다.
 
(사진 제공 = 하이비젼시스템)
 
◇스팩 재조명, 이유와 과제는 
 
최근 증권사들이 잇따라 스팩을 준비하는 것은 연말 자동상장 폐지를 앞두고 새로운 수익처를 찾는 증권사와 투자자, 이전보다 개선된 시장환경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증권사들의 경우 스팩을 통한 합병이 이뤄지면 투자와 상장관련 제반 수익이 평균 20억~30억원 가량에 달한다.
 
최근 공모가 대비 플러스로 돌아선 스팩합병 기업의 주가추이도 증권사 운용수익에 새로운 재원으로 평가된다.
 
합병기업과 스팩이 몹집을 줄이며 합병 대상의 범위를 이전보다 크게 넗힌 것도 스팩 재조명을 이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제 2호 스팩을 준비중인 대부분 증권사들의 스팩설립 규모가 이전 최대 500억원에서 최소 50억~100억원 가량으로 대폭 줄었다.
 
소규모 합병을 통해 대상기업의 범위를 넓혀 합병기업을 찾지 못했던 실패 요인을 줄인 것이다.
 
기업입장에도 직상장이나 코넥스 상장을 통해 제 값 받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최근 스팩시장 회복세에 주목할 만하다.
 
이들 기업으로서는 안정적 자금 확보를 위해 몸값을 최대한 낮추더라도 상장에 따른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훨씬 이익이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개별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도 스팩 공모자금이 신탁기관에 예치되기 때문에 스팩실패시 손실 우려가 거의 없고, 반대로 청산시 이자수익과 주가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단기적 투자처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제2호 스팩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우려감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또 다른 스팩을 준비하는 것은 IPO 시장의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의 또 다른 돌파구일 것"이라면서도 "준비에 나서는 대부분의 스팩이 이전과 같은 부품, 제조, 환경 등의 다양한 업종이 아니라 영업이익률이 높고 단기적 수익구조가 마련된 정보기술(IT), 바이오 분야에만 국한돼 장기적 성장성에 한계를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스팩을 준비중인 증권사 관계자도 "시장이 재조명 받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자칫 급격한 대상 기업 확대는 과열 경쟁을 불러올 수 있고 부분별한 합병을 통해 향후 제대로된 기업가치를 나타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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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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