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PC방 업계와 게임사들이 PC방 전면 금연구역 지정 등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임업체들은 PC방에 안정된 서비스와 차별화된 컨텐츠를 제공하고, PC방도 게임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PC방 전면 금연'..현재 분위기는 ‘폭풍전야’
5일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집계한 지방자치단체 등록기준 전국 PC방 업체 수는 지난 7월 25일 현재 2만2128개로 1년전의 2만2847개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 수치는 지난해와 큰 변화가 없지만, 해당업계가 느끼는 분위기는 '위기감' 그 자체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관계자는 “PC방 전면금연 시행으로 인한 폐업이 아직은 예상보다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화재보험 의무가입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신규창업 수요는 없고 폐업문의만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계도기간이 끝나는 내년 초 이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PC방 전면금연이 지난 6월 시행됐지만 올 연말까지는 계도기간으로, 대형 PC방을 제외한 중소형 PC방에는 아직까지 '전면금연'을 실시하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지난 주말 기자가 찾아간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동작구 흑석동 일대 100석 이하의 중소형 PC방 10곳 중 9곳에서 흡연이 가능했다. 한 PC방 업주는 “전면금연 정책 때문에 손님들께 재떨이는 못 드리지만, 흡연 자체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며 “다른 곳도 당장의 매출 감소 우려로 대부분 이렇게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면금연 정책의 직접적 영향은 아직 크지 않지만, 현장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일 서울 시내의 한 PC방. 전면 금연이 실시됐지만 여전히 컴퓨터 앞에는 담배가 보인다(사진=최준호 기자)
국내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의 흥행은 PC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PC방의 위기는 결국 온라인 게임 업체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PC방 업계와 게임업체 양측이 지속해왔던 게임 수수료 분쟁이나 오과금 등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위기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이하 게임협회)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PC방 업계의 요구와 온라인 게임 업계의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때때로 갈등을 겪어왔지만 최근에는 전체적으로는 갈등이 줄어드는 것 같다”며 “현재는 각 회원사별로 PC방과의 상생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협회 차원에서도 폭넓은 상생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안정적·차별적’ 게임 콘텐츠·'PC방 서비스 개선' 최우선
PC방 업계에서는 게임업체들에게 더 안정적인 서비스와 손님들이 PC방을 찾게하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
‘흡연과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사라지는 대신, 최근
엔씨소프트(036570) 아이온이 최근 PC방 전용 인스턴트 던전인 ‘인디아나 슈고’를 업데이트한 것처럼 PC방 손님들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해 달라는 주장이다.
또 PC방 과금 무료를 선언하거나 PC방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일부를 업주에게 돌려주는 등 시간당 평균 200원 수준인 PC방 과금을 고통분담 차원에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PC방 전용 인스턴트 던전을 최근 업데이트했다. PC방 업게에서는 별도의 사용료를 내는 만큼 게임업체들이 PC방만의 차별적인 콘텐츠를 더 많이 공급해야한다고 주장한다.(사진제공=엔씨소프트)
또 ‘리그오브레전드’ 등 인기 게임의 잦은 서버 장애를 해소하는 것도 PC방 업계의 숙원이다.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에 서버가 다운되는 것은 PC방 매출 감소의 첫번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PC방 업계 스스로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해 ‘건전한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2 게임 이용자 조사보고’에 따르면 PC방을 찾지 않는 이유로 44.7%가 ‘이용 환경의 불결함’을 꼽을 정도로, 청결하지 못한 PC방 환경은 게임산업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워왔다.
또 일부에서는 PC방 업계가 게임사들에게는 ‘초단위’까지 정확한 과금제도를 요구하면서, 정작 PC방 손님들에게는 10분만 이용해도 1시간 요금을 내게 하는 등 그동안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PC방 전면금연 정책에 동참한 한 업주는 “이번 정책을 나쁘게만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게임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흡연을 허용하는 근처 PC방에게 손님을 뺏기는 것은 두렵지만, 지역별로 다같이 참여한다면 매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관계자도 “게임업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 PC방들도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리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