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에도 대포통장이 줄지 않고 있다. 여전히 연간 약 4만건, 한달에 1000건 이상의 대포통장이 개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포통장은 통장을 개설한 사람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통장이다. 실제 통장 사용자를 추적하기 힘들어 보이스피싱이나 각종 금융사기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금감원이 6일 발표한 대포통장 발급실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9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올 6월까지 대출사기 및 피싱사기 등 금융범죄에 이용되 지급정지된 예금계좌는 8만7000건에 달한다.
특별법 시행 이후 피싱사기에 이용된 계좌는 3만6417건으로 이 중 63.7%인 2만3204건이 특별법 시행 이후 개설됐다.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1000건 내외의 대포통장이 발급되고 있다.
특히 법인명의의 대포통장 개설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법인명의 계좌는 개인명의계좌보다 복수계좌 개설이 쉽기 때문이다. 특별법 시행 이후 개설된 법인명의 대포통장은 모두 1002건에 달한다.
양현근 금감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은 "특별법 시행이후 대포통장 발급이 건수로는 줄었다"며 "하지만 새로운 대책을 내놓으면 그것을 뛰어넘는 변종사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근에는 저금리 대출이나 취업을 빙자해 통장 및 현금카드를 가로채는 수법 등을 통한 대포통장 이용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포통장 명의자는 남성이 전체의 65.3%로 여성보다 두배 가까이 많았다. 전체 명의자의 81.3%는 30~50대였다. 30세 미만의 명의자도 12%에 달했다. 사회초년생인 이들은 대포통장 매매등에 따른 각종 금융거래 제한조치로 향후 사회활동에 제약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회사별로 보면 농협조합과 농협은행에서 전체 피상사기 이용계좌의 68%(2만4740건)가 개설됐다. 이어 국민은행이 11.2%(7544건), 외환은행 3.8%(1371건) 순이었다. 농협은행과 농협조합은 점포수 및 예금계좌수 대비 피시사기 이용계좌수도 타사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농협의 경우 점포가 비교적 많고 지역특성상 취약계층의 비중이 높아 대포통장 발급 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따라 금감원은 농협은행 및 농협중앙회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해 내부통제 강화대책을 수립하고 이행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농협 이외의 다른 금융사에 대해서도 ▲예금계좌 개설절차 등에 대한 자체감사 ▲의심계좌에 대한 모니터링 및 정보공유를 강화토록 지도하는 한편 지난해 11월부터 시행중인 대포통장근절대책의 이행상황도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반복적으로 계좌를 매매하거나 대여하는 사람이나 법인을 '금융질서문란자'로 통보해 계좌개설이나 카드발급 등의 정상적인 금융거래활동을 제한할 방침이다.
안전행정부의 '신분증 진위확인 통합서비스'를 활용해 위조 신분증을 통한 예금계좌 개설을 차단하는 방법도 추진 중이다. 신분증 진위확인 통합서비스는 신분증의 문자정보 이외에 사진이나 지문정보 등을 통해 신분증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이 밖에도 각 금융회사의 의심계좌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실태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각 금융회사가 보유한 사례들이 은행연합회에 집중·공유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